시신 발견지점 인근서 차량 발견…목상교 CCTV 특이점 없어
[미디어펜=이상일 기자]인천 경인아라뱃길에서 훼손된 상태로 수면에 떠오른 50세 남성 시신의 나머지 머리 부위가 27일 발견됐지만 자살이나 타살 여부는 여전히 불명이다. 경찰은 전날 발견된 시신과 이날 떠오른 머리 부위를 정밀 감식 중이다.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26일 오전 6시 14분께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 시천교에서 계양 방면으로 500m 떨어진 수면에서 고물상 업자 A씨(50)가 시신으로 떠올랐다.

시신은 상ㆍ하의 모두 등산복 차림에 목이 없는 상태였으며 맨발인 채로 발견됐다. 옷가지에선 신분증과 신용카드가 든 지갑이 나왔다.

시신이 발견된 지 하루만인 이날 오전 10시8분쯤 경찰은 경인아라뱃길 목상교 인근 수로에서 A씨의 나머지 머리 부위 시신을 찾아냈다.

머리 부위는 목상교(계양역 인근)에서 시천교(검암역 인근) 방면으로200m가량 떨어진 수로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단순 투신이라면 머리와 몸이 완전 분리될 가능성은 낮아, 살해 뒤 신원을 감추기 위해 누군가 시신을 훼손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머리 부위가 계속 물에 잠겨 있었기 때문에 멍 자국 등은 확인할 수 없지만 부패가 약간 진행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마지막 모습이 확인된 23일 오후부터 최대 사흘간 시신이 아라뱃길 수로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시신이 발견된 아라뱃길은 길이 18km, 폭 80m, 수심 6.3m의 인공 수로다. 수면이 잔잔한 편이고 수심도 일정하다.

그의 차량이나 주거지 등에서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타살 가능성을 더한다.

반면 A씨가 혼자 운전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시신 발견 지점 인근에 세워져 있었던 점은 자살 가능성을 높인다. 이 차량은 시신이 나온 지점에서 1㎞가량 떨어진 목상교 북측에 세워져 있었다.

타살로 단정하기엔, 시신에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과 지문 등이 멀쩡했다는 점도 의문이다.

경찰은 A씨가 23일 밤 자신의 고물상을 나온 뒤의 행적을 추적 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정황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A씨는 23일 오후 10시40분쯤 고물상을 나와 아반떼 차량을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에 달린 블랙박스와 고물상 인근 CCTV를 확인했을 때 A씨가 혼자 운전한 것으로 추정하지만 아직 더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이 없는 A씨와 수개월 전부터 함께 거주해온 남성은 경찰에서 "차량은 내 소유이지만 평소 A씨가 몰고 다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의 행적을 확인하고자 전날 목상교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보했으나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CCTV는 아라뱃길을 운항하는 여객선과 수로를 비추는 용도로 사용돼 다리 위는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이 발견되기 전날인 25일 오전 "목상교 위에서 슬리퍼 한 켤레가 발견돼 자살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인천 계양경찰서에 접수된 점도 자살 가능성을 뒷받침해준다.

A씨와 고물상을 함께 운영하는 친동생은 경찰에서 "사업이 잘 안 돼 형이 힘들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를 토대로 사인을 확인한 뒤 수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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