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물살이 잔잔한 인천 경인아라뱃길 수로에서 머리와 몸이 분리된 채로 발견된 50대 남성이 자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다.

27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목을 끈에 매달아 추락했을 때 발생하는 흔적이 A씨(50)의 시신에서 확인됐다"는 1차 부검 결과를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뛰어내린 것으로 추정하는 목상교 난간 중간에 구명튜브는 사라진 상태로 노끈 형태의 밧줄만 매달려 있었다"며 "당시 A씨가 구명튜브를 떼어 내고 밧줄에 목을 맸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물상을 운영하는 A씨는 전날 오전 6시14분쯤 경인아라뱃길 시천교에서 목상교 방면으로 500m 떨어진 수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시신은 상·하의 모두 등산복 차림에 머리는 없는 상태였다. 경찰은 시신에서 발견된 지갑 속 신분증과 신용카드를 통해 신원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8분쯤 목상교 인근 수로에서 수색 작업을 하던 중 A씨의 나머지 머리 부위 시신도 찾았다.

조사결과 A씨는 23일 오후 10시40분쯤 자신이 운영하는 고물상을 나서 차량을 몰았고, 오후 11시쯤 목상교 북쪽 입구에 이 차량을 주차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은 4개월 전부터 A씨와 함께 거주하는 남성의 소유였다. 자동차 판매상인 이 동거인은 경찰에서 "평소 A씨가 내 명의의 차량을 몰고 다녔다"고 진술했다.

A씨는 알고 지내던 동거인에게 월세 20만원을 받고 방 한 칸을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목상교에 도착한 23일 오후 11시 이후부터 시신이 훼손된 채 발견된 26일 오전 사이의 행적을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또 누군가 A씨를 살해한 뒤 신원을 감추기 위해 시신을 훼손하고서 수로에 유기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해왔다.

그러나 시신이 발견된 수로와 가까운 목상교 인근에 A씨가 직접 운전한 차량이 세워져 있었고, A씨가 입고 있던 등산복에서 신분증이 고스란히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투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경찰은 국과수 1차 부검 결과를 토대로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목을 맨채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시신이 훼손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자살로 이번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 분리된 시신이라는 것 말고는 범죄를 의심할 정황은 없었다"며 "국과수 결과를 토대로 자살 동기 등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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