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달러로 달려!"
브렉시트(Brexit)가 국제금융시장에 메가톤급 파장을 던진 이후 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영국과 수도 런던의 국제적 지위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반면 금과 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 가치는 급등하고 있다. 외화예금에도 영향이 미치리라는 전망이 제기된 가운데 한국은행은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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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렉시트(Brexit)가 국제금융시장에 메가톤급 파장을 던진 이후 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연합뉴스 |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미국 달러, 금, 엔화를 비롯한 안전자산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이날 한국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4원 상승한 1182.3원으로 마감됐다. 브렉시트 결정 직후 29.7원이나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할 정도로 달러화 가치에 탄력이 붙은 상황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는 엔화 가치 또한 오르고 있다. 이날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161.91원을 기록해 전 거래일 대비 9.25원 상승했다. 아베노믹스의 '엔저' 정책으로 저평가 됐던 엔화 가치는 최근 1년 새 가장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 상태다.
반면 세계금융의 중심지 역할을 하던 런던의 지위가 브렉시트로 흔들리면서 파운드화 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난 24일 정오 파운드화 가치는 파운드당 1.3467달러까지 떨어져 1985년 이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27일 원‧파운드 환율 또한 파운드당 1587.18원 수준으로 매우 낮은 상태다.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을 찾는 손길도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금 1g의 가격은 5만168원을 기록했다. 2014년 3월 KRX금시장이 개장한 이래 처음으로 5만 원 선을 돌파한 것. 이는 심지어 차익 실현에 나선 개인 투자자의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가시화된 상승세였다. 황선구 한국거래소 금시장팀장은 "가격상승 요소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금값 추가 상승을 예측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연구위원은 "외환‧주식시장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내외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크게 받지는 않겠지만, 유럽계 금융기관들 다수가 브렉시트 이후 보유자산의 평가손실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과 같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위험자산 처분'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면서 "투자금 유출 과정에서 환율이 추가적으로 하락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달러화 예금이 증가하고 파운드화 예금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자본이동분석팀 이정욱 팀장은 "거주자 외화예금의 경우 투자목적보다는 결제성 목적(요구불 예금)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하루 이틀 사이에 큰 폭으로 변화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이 팀장은 "파운드화의 경우 외화예금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가치 폭락에도 불구하고 외화예금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고 예측했다.
브렉시트 파문 이후 '미국 기준금리 연내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탄력을 받는 점에 대해서 이정욱 팀장은 "각국에서 정책대응을 내놓고 있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요인과 인상불가 요인이 병존하는 상황이라 일단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라고 정리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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