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자본확충펀드 참여, 반복 안된다는 지적 동의"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제20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속의원들이 한국은행의 자본확충펀드 참여에 대해 '난타'를 퍼부었다. 업무보고를 위해 회의에 참석한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한국은행의 입장을 변호하려 애쓰면서도 자본확충펀드 참여에 대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뉘앙스를 풍겨 눈길을 끌었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역시 여야를 막론한 공격에 진땀을 뺐다.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는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한국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국책 금융기관이 첫 업무보고를 하는 날이기도 했다. 

   
▲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30일 오전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회의에서는 특히 한국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기업 구조조정 관련 이슈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와 수출입은행 이덕훈 은행장은 업무보고를 마친 뒤 기재위에 소속된 거의 대부분의 의원들이 던지는 질문에 답변하느라 홍역을 치렀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행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참여'와 관련된 내용은 기재위 의원들의 주요 '공격 대상'이었다. 가장 먼저 질의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최근 한국은행이 10조원을 대출해 자산관리공사가 관리하는 자본 확충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재정정책으로 해결할 일에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주열 총재는 '한은법 1조' 내용을 언급하며 이번 결정에 대해 설명하려 애썼다. 최근의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이 한국은행 설립목적에 명시된 '금융안정'과 관련이 있으므로 한은의 자본확충펀드 참여에도 근거가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박 의원은 "한은법을 만들 때 저도 관여를 했다"면서 "금융안정이라는 것이 은행대출을 의미하는 것이지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을 한은이 직접 관장하라는 뜻은 아니었다"며 반론했다. 이 총재는 "금융불안 상황에 대처하는 일종의 비상대책"이라는 말로 변호에 나섰지만 박 의원은 공세를 이어갔다.

특히 박 의원은 한은법 제25조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 조항은 발권력을 동원해 국책은행에 출자했다가 손실을 볼 경우 해당 손실에 대해 한은 금융통화위원들이 연대 책임을 질 수 있으며, 명백한 반대 의사를 밝힌 위원만 면책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번 결정에 찬성 의사를 밝힌 총재‧부총재를 제외한 5인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 또한 한은 이주열 총재에 대한 압박에 가담했다. 김 의원은 "자본확충펀드에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기본 준칙을 위반한 것이고 반복돼선 안 된다는 지적에 동의하느냐"고 질문했고 이 총재는 "의원님의 지적에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오전 한은과 수은에 대한 비판은 여당인 새누리당으로부터도 나왔다. 여당 심재철 의원은 이주열 총재에게 질의하면서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에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참여하는 것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는 은행법에 위반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이 총재는 "해당 은행법 조항의 취지는 대주주의 사(私)금고화를 방지해 동반부실을 막자는 것에 있으므로 이번 자본확충펀드의 목적과는 다르다는 게 한은과 금융위의 판단"이라고 답변했다.

새누리당으로 복당한 유승민 의원의 질의도 눈길을 끌었다. 유 의원은 "중앙은행의 권위와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펀드(자본확충펀드)를 이렇게 둬선 안 된다"면서 "기재부와 금융위원회가 오판을 하고 한은이 막지 못함으로써 나쁜 선례를 남기는 건 국회가 바로잡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즉, 재정정책에서 다른 대안을 내고 자본확충펀드는 '없던 일'로 하자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도 유 의원의 생각을 두둔하는 뉘앙스로 답변했다. "재정(정책)에서 커버한다면 중앙은행이 (기업구조조정 활동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대답한 이 총재는 자본확충펀드 논의를 멈추고 문제를 '정공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유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정정책에서 맡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한다"며 동의하는 취지로 답변했다.

한편 이날 오전 회의 중에는 일부 의원들과 새누리당 조경태 기재위원장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이 이덕훈 은행장에 대해 수위 높은 공세를 이어가자 조 위원장은 "한은 금통위원, 경제대학원 교수 등을 거친 이덕훈 행장의 경력(전문성)을 참고하고 발언하셨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영선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그걸 모르고 여기 온 사람은 없다"며 되받아 긴장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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