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지난 4월까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문우식 서울대학교 교수가 최근 논쟁이 되고 있는 한은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참여에 대해 부정적 소견을 드러냈다.
문우식 교수는 30일 한국금융연구원 창립 25주년 기념 국제컨퍼런스 3번째 세션으로 진행된 '통화정책의 새로운 흐름'의 토론자로 참석했다. 금융권에서 대표적인 '매파'로 손꼽히는 문 교수는 2012년부터 지난 4월까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서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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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까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문우식 서울대학교 교수(사진)가 최근 논쟁이 되고 있는 한은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참여에 대해 부정적 소견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
우선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엘리 리모로나(Eli Remolona) 국제결제은행(BIS) 아시아사무소장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외환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에 모호한 메시지를 던지거나 예측하지 못한 타이밍에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골자였다.
리모로나 소장은 "제로금리 하한에 도달한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 주요 중앙은행들은 경기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시장이 예상치 못한 완화적 통화정책을 전격적으로 실시했다"면서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는 과감한 정책을 통해 경제를 바람직한 새로운 균형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시라이 사유리(Shirai Sayuri) 전 일본은행(BOJ) 금융정책위원 또한 일본은행이 시행한 양적질적완화(QQE)가 성과를 거둔 측면이 많다고 강조했다.
시라이 전 위원은 "자산가격 상승과 신용확장으로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국채로부터 여타 자산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발생했다"면서 "2014년 중반 이후에는 유가 하락과 엔화 가치 반등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약화되고 있으나, 그 이전까지는 물가상승 기대를 형성하는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발언한 문우식 교수는 이들 발표자에 대해 비판적인 코멘트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우선 사유리 전 위원에게 질문을 던진 문 교수는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면 디플레이션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성장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일본이 그렇게까지 적극적인 통화정책(QQE)을 실시하려는 목적이 뭔지 궁금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수출 해외시장을 발굴한다면 (디플레이션 위협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미국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를 발휘할 때가 있다는 리모로나 소장의 견해에 대해서도 문 교수는 "정책을 펴는 데 있어 정확성은 매우 중요하며 예측가능성과 신뢰성이 모호성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우식 교수는 세션 이후 휴식시간에 가진 기자와의 대화에서 최근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은행의 자본확충펀드 참여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의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한국은행의 펀드 참여를 비판하고 있다"고 전하자 문 교수는 "(한국은행의 참여가) 원칙에 부합하는 일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가능한 한 재정정책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묻자 문 교수는 "그 견해에 동의한다"면서 "20~30년 후의 부작용이 우려돼 재정정책을 포기하고 곧장 통화정책을 선택한다면 그건 재정정책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교수는 "재정 분야를 건드리지 않으려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면서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동원해야 할 정도로 기업 구조조정 문제가 시급한 일인지 의문스럽다"고 부연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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