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스크린도어 고장으로 사망 사고가 또다시 날 뻔했는데 서울메트로가 이를 쉬쉬하다가 뒤늦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서울시의회 우형찬(더불어민주 양천3) 의원에 따르면 28일 오후 9시45분께 4호선 동대문역에서 60대 남성이 승차하려다 스크린도어에 갇히는 사고가 났다.

술에 취한 이 남성은 9시45분 38초에 열차를 타려고 뛰어들어갔고 바로 1초 후 스크린도어가 닫혔다.

스크린도어 센서 활성화 장치 고장으로 사람이 있는 것이 감지되지 않은 것이다.

스크린도어가 닫히고 10초가량 지난 45분 50초에 열차는 출발했다.

열차가 일으킨 바람에 이 남성은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 공간에 쓰러졌으나 천운으로 살아남았다. 안경이 망가졌지만 목숨을 건졌다.

서 있으려고 하면 열차 움직임 때문에 몸이 흔들려 열차와 부딪히지만, 바닥에 쓰러져 있으면 오히려 영향을 덜 받는다고 메트로 관계자는 말했다.

이 남성은 열차가 지나간 뒤 일어나 47분 16초께 비상문을 열고 승강장으로 나왔다.

이 사고는 승강장에 있던 다른 승객이 역무실에 신고해 보고됐다.

동대문역 역무원이 달려왔지만 피해 남성은 일단 당고개역에 가서 항의하겠다며 열차에 올랐다.

역무원은 112에 신고했고 경찰이 찾아와 사건 개요를 듣고 돌아갔다. 피해 승객은 당고개역에서 민원을 제기했다.

스크린도어 고장 신고는 다음날 오전 2시14분께 이뤄졌다. 전자관리소와 스크린도어 관리업체인 은성PSD 직원이 고장난 센서를 손봤다.

스크린도어 고장으로 사고가 날 뻔했지만 메트로는 내부에 한참 얘기가 돌고 난 뒤인 29일에야 서울시에 보고했다. 시의회에는 30일에 찾아왔다.

이달 20일 시의회 업무보고에서 서울시가 메트로에 1,2,3단계 어떤 수준의 사고가 나도 메트로 본사, 서울시 교통본부, 시의회 교통위 등에 모두 문자를 보내도록 지시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메트로 초동보고에 따르면 역무원은 목격자 진술을 따라 스크린도어 광고판 난간에 넘어진 단순 사고로 판단해 상황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목격자는 "열차가 오기 전에 피해승객이 승강장으로 나왔는데 스크린도어가 열려서 나온 건지 비상문이 열려서 나온 건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 의원은 "평소에 사소한 고장에 대해서는 문자를 보냈던 것을 감안하면 조용히 지나가려한 것이 아닌가 의혹이 있다"며 "아직도 메트로가 기강이 잡히지 않는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유사사고 방지를 위해 29일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스크린도어 센서 점검을 벌여 동대문역 등 5개 역사에서 문제점을 발견, 긴급 보완조치를 했다.

시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서울메트로 보고 체계의 문제점과 고의로 사고를 은닉했는지 등을 면밀히 조사해 관계자 문책 등 강력한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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