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원양어선 '광현 803호(138t)'의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잔혹하게 살해한 베트남 선원 2명이 범죄를 저지르기에 앞서 다른 자국 선원들을 흉기로 협박해 범행에 가담시키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선상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부산해양경비안전서(해경)는 살인혐의를 받는 베트남 선원 2명이 선장·기관장을 살해하기 전 동료 선원에게 강압적으로 범행을 종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3일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B씨 등은 지난달 19일 밤 선상 회식에서 말다툼 끝에 선장 양모(43)씨를 두 차례 때리자, 선장 양씨가 회식이 끝난 뒤 B씨 등 베트남 선원 7명을 모조리 조타실로 불렀다.
당시 나머지 인도네시아 선원 8명 등은 각자 선실에서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했다.
B씨 등은 조타실로 가기 전 식당에 있던 칼 2개를 가지고 나와 자국 동료 선원 목에 칼을 들이댄 뒤 다른 칼을 쥐여주며 선장을 죽이자고 협박했다.
하지만 이 베트남 선원은 정작 겁이 나 칼을 밖으로 던지고 도망가버렸고, B씨에게서 칼을 받은 다른 동료도 마찬가지로 칼을 내던진 채 조타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선장을 죽이는 데 실패한 B씨는 황급히 식당에서 남은 칼 하나를 들고 올라와 선장의 등을 찔렀다.
그 순간 B씨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V씨를 제외한 나머지 베트남 선원들은 놀라 조타실 밖으로 달아났다.
V씨는 쓰러진 선장의 목을 감쌌고 B씨는 선장의 몸 여기저기에 수차례 흉기를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V씨는 칼에 오른손을 찔렸다.
B씨 등은 이어 조타실 중앙 통로와 연결된 선실로 가서 잠자던 기관장 강모(42)씨에게도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이들은 선장과 기관장에 각각 15차례와 8차례 이상 칼을 휘둘러 심각한 중상을 입혔고, 피를 흘린 채 숨을 몰아쉬는 기관장에게 재차 흉기를 휘둘렀다.
이들의 계획 살인극은 칼부림 소식을 전해 듣고 온 한국인 항해사 이모(50)씨가 이들을 제압하면서 끝났다.
한편 해경은 살인혐의 입증에 결정적인 피의자 자백을 받아내면서 광현호 선상살인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살인에 사용된 흉기는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분석 중이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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