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식품의약품안전처가 비누·세제 등에 흔히 쓰이는 계면활성제가 호르몬에 미치는 영향을 유추할 수 있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연구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세포주를 이용해 내분비계장애물질 검색 시험법을 검증한 논문에 따르면 연구에 사용된 가정 내 화학물질 27종 중에서 에스트로겐 작용을 상승시키는 물질은 없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SCI급 국제전문학술지 '음식과 독성학'(Food and Chemical Toxicology)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에 사용된 27종의 물질은 기존 외국 시험에서 사용된 물질을 그대로 선택해 검증한 것으로, 계면활성제의 일반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가정 내에서는 비누나 세제 등에 함유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평가원의 설명이다.
에스트로겐 활성 억제의 경우 27종 중 5종 물질이 양성이었으나 이 역시 0.03~0.6% 수준에 불과했다.
미미하게 가능성을 보인 물질은 ▲ 지방알코올 폴리옥시에틸렌 에테르 ▲ 에톡시레이티드 데실알코올 ▲ 에톡시레이티드 알코올 C16-18 ▲ 헤파타옥사트리트리아코타놀 ▲ 노닐페놀 에톡시레이트 등 총 5종이다.
내분비계교란물질로 판정된 화학물질의 경우 체내 에스트로겐의 분비를 자극해 어린 아이에게 성 조숙증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체내 내분비계 기능을 방해해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 변화를 불러 관련 질환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평가원은 이들 5개 물질의 양성 결과도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고 봤다.
이번 연구가 화학물질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검사법 자체를 검증하기 위해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게 평가원의 설명이다. 검사법을 검증하기 위한 과정에서 세포주는 실제 사람에게 노출되는 수준보다 훨씬 '고농도'의 화학물질에 노출됐기 때문에 명확한 인과관계를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평가원이 언급하는 검사법이란 실험동물 대신 세포주를 이용해 내분비계장애물질을 확인(스크리닝)하는 것을 뜻한다. 평가원은 미국으로부터 전달받은 세포주와 시험법을 국내 시험환경에서 검증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평가원 관계자는 "기존 외국의 다른 세포주 시험에서 내분비계장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된 5종을 포함한 27종의 물질을 대상으로 시험법을 검증했다"며 "5종 물질은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에서 동물실험을 통해 내분비계, 생식, 유전 및 발암 독성을 시험한 결과 내분비계장애물질이 아닌 것으로 판정됐다"고 말했다.
다만 5종 물질 중 하나인 노닐페놀 에톡시레이트의 경우 대표적인 환경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연구결과만으로 계면활성제의 영향을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환경부는 2006년 보도자료를 통해 대표적인 내분비계장애물질로 추정되는 노닐페놀(노닐페놀 에톡시레이트 포함)의 제조, 수입 및 사용 금지를 제한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해당 연구는 체외 검사를 통해 호르몬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것이므로 더 검증이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생활용품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 중에는 호르몬 교란 효과를 지니는 게 많아 계면활성제도 역시 우리가 주의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할 물질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평가원 측은 "이번 연구는 시험법을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며 "노닐페놀 역시 내분비계장애물질로 판정됐다기보다는 추정에 가까운 상황이므로 명확한 견해를 내긴 힘든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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