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수익률도 높이고, 규제비율도 준수하고"
해외 우량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가 은행들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각광 받고 있다. 금리가 계속 낮아지면서 국채보다 높은 회사채 금리가 인센티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내년부터 새로 도입되는 외화 유동성 규제(LCR)를 준수하는 데에도 도움이 돼 주요은행들이 하나둘 관심을 갖고 있다. 다만 회사채 투자와 관련한 은행들의 경험이 부족한 만큼 리스크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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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우량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가 은행들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각광 받고 있다. 금리가 계속 낮아지면서 국채보다 높은 회사채 금리가 인센티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KEB하나은행 등 시중 주요 은행들은 최근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미국 기업이나 중국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 회사채 매입은 이미 국내 증권사들이나 보험사들의 경우에는 드물지 않게 시도하는 투자 방식이다. 그런데 보수적인 경영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은행들까지 외국 회사채 매입이라는 '도전'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미국‧중국 국채보다 높은 금리 수준이다. 해외 국채 매입을 검토하고 있는 농협은행 한 관계자는 "10년 만기 회사채 금리의 경우 같은 만기 국채 금리보다 1.5%p~2.0%p 정도 높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며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안정성이 보장된 우량기업 회사채 투자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애플이 지난 2월 발행한 10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3.25%로 미국 국채 금리보다 1.5%p 높다.
두 번째 이유는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유지다. 지난달 16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은 '외환건전성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해 은행들의 외화LCR을 2017년부터 공식 규제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외화LCR(Liquidity Coverage Ratio)이란 30일간 외화 순현금유출을 감내할 수 있는 고유동성 외화자산의 비율을 의미한다. 급작스런 상황이 발생해 외환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 런' 등 유동성 위기가 와도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고(高) 유동성 자산이 많으면 은행은 위기를 넘길 수 있다.
현재 권고돼 있는 외화LCR은 50%다. 30일간 은행에서 빠져나가는 현금성 외화자산‧부채(외화 순현금유출)가 100억 달러일 경우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고유동성 자산을 50억 달러 이상 쌓아둬야 한다는 의미다. 내년부터 외화LCR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60%가 '의무화' 된다.
해외 우량 회사채의 경우에도 외화LCR 비율 충족에 도움이 된다. 예컨대 신용등급 AA-이상의 회사채 85%가 고유동성 자산으로 인정된다. 시중은행들로선 회사채 매입이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는 셈이다.
농협은행 외에도 KEB하나은행과 국민은행 역시 해외 우량기업 회사채 매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단, 우리은행 관계자의 경우 "(해외 우량기업 회사채 매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지만 아직 실질적인 추진이 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힘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기업평가 김정현 연구위원은 "저금리 때문에 해외 투자가 계속 확대되는 추세"라면서 "해외 우량기업 회사채 매입은 수익성 측면에선 나쁘지 않지만 문제는 리스크 관리"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위원은 "은행들의 경우 자금력이 풍부한 편이지만 회사채 '옥석'을 구분하는 경험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면서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변동성이 예측할 수 없는 수준으로 높아진 만큼 은행 내부적으로 투자심사 절차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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