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술을 마신 손님이 목적지를 자꾸 바꾸자 '요금을 더 달라'며 갈등한 끝에 차에서 내린 뒤, 손님이 운전대를 잡자 경찰에 신고한 대리운전기사가 손님과 함께 입건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 상 음주운전 혐의로 신모씨(33·여)를,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대리기사 황모씨(55)를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황씨는 지난달 8일 오후 10시50분쯤 강남구 역삼동에서 동료들과 술을 마신 신씨의 차를 몰고 뱅뱅사거리로 향했다.
신씨는 자택 인근인 도곡동 뱅뱅사거리 근처에 이르자 대치동의 한 백화점 앞으로 목적지를 바꿨고, 이곳에 다다르자 다시 원래 행선지였던 뱅뱅사거리로 가자고 황씨에게 요구했다.
황씨는 "목적지를 자꾸 바꿔 계속 돌았다"면서 당초 약속한 요금 1만원 이외에 추가로 1만원의 요금을 더 달라고 했고, 신씨는 이를 거절했다.
두 사람은 결국 말싸움을 벌였고 황씨는 격분해 신씨의 차에서 내렸다.
당시 다른 차로가 없는 이면도로에 있었던 터라 차량들은 갑자기 멈춘 신씨의 차를 향해 경적을 울렸고, 신씨는 결국 13m가량 떨어진 주차장까지 차를 몰았다.
황씨는 이를 지켜보다가 신씨가 운전대를 잡자 사진을 찍은 뒤 경찰 112에 음주운전 혐의로 신씨를 신고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다른 대리기사를 부르려던 신씨는 주차 도중에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신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리기사가 도로 중간에 차를 두고 가버려 운전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며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경찰은 신씨를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하는 한편, 황씨가 신씨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음주운전을 하도록 만든 점을 인정해 황씨를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입건했다.
황씨는 경찰 조사에서 "목적지를 계속 바꾸고 추가 요금을 주지 않겠다고 해 순간적으로 화가 났고 감정을 못 이겨 차에서 내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청은 4월25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음주운전 처벌 강화책을 추진한 결과 황씨와 같은 음주 방조범 76명을 검거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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