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후폭풍 우려가 증시에 여전한 가운데, 로보어드바이저(로봇을 통한 투자자문)는 이를 예측하고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콕스 하원의원이 피살당하면서 세계 증시가 브리메인(영국의 유럽연합 잔류)을 전망했던 것과는 차별화된 움직임이다.

이에 비해 애널리스트들은 브리메인 쪽으로 예상이 쏠리면서 로보어드바이저에 밀리는 치욕을 맛봤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브렉시트가 확정되기 열흘 전 쿼터백투자자문의 로보어드바이저는, 사전 리스크 관리 시그널에 따라 ‘키움 쿼터백 글로벌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채권혼합-재간접]’ 내 유럽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파운드화의 하락과 독일 장기 금리 역전, 현물·선물 역전, 변동성지수(VIX) 급등 등에 따라 위험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콕스 의원 피살사건으로 브리메인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자 다시 기존의 50%가량의 유럽주식을 다시 펀드에 편입했다. 이 펀드의 현재 수익률은 1.49%를 기록하고 있다.

조홍래 쿼터백투자자문 운용본부장은 “브렉시트 투표를 앞두고 시장의 신호가 정상화되면서 유럽 주식을 모두 복원하는 게 맞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기존의 절반 수준에서 유럽 주식을 편입했다”며 “남은 주식은 브렉시트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투자에 나설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의 로보어드바이저형 홈트레이딩시스템 티레이더의 상장지수펀드(ETF) 자동매매 서비스는 지난달 24일 오전 10시9분에 레버리지 ETF를 전량 매도했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12시20초에 인버스 ETF를 매수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3.09% 하락세로 마감했다. 이 서비스는 지난달 29일 인버스 ETF를 모두 팔았고, 30일 다시 레버리지를 매수했다. 이달 4일 현재 2.72%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외국인이 코스피200선물을 대거 매도하자 티레이더가 브렉시트가 유력하다고 분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브렉시트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로보어드바이저보다 하수임을 드러냈다. 주식을 사도록 유혹해야 하는 입장에서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기 부담스러운 증권가의 분위기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브렉시트 자체가 정치적인 이벤트라 경제분석에 주력하는 애널리스트로서는 정확한 분석이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 등 소수 애널리스트만이 브렉시트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신환종 연구원은 “5월 중순에 유럽실사를 다녀오면서 이민자 문제 등 영국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고 브렉시트가 정치‧문화적인 측면이 강했기 때문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정확한 전망을 내놓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