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72) 삼성전자 회장과 형 이맹희(84)씨간 ‘상속분쟁’ 항소심은 이건희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삼성측 변호인은 6일 이번 판결과 관련, “형제간의 다툼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원고측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가족 차원에서 화해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도 밝혔 듯이 사인간의 소송이므로 그룹 차원의 입장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판사 윤준)는 이날 이맹희씨가 "상속되지 않은 9,400억원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차명주식을 돌려달라"며 이 회장을 상대로 낸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삼성은 이 회장 측이 '원칙과 정통성의 문제'라고 강조한 이번 소송과 관련, 1, 2심에서 모두 완승으로 결말이 나자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삼성은 이번 소송에서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유지(遺志)를 재확인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실제 재판과정에서 이맹희씨측은 이병철 회장의 유지가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면서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다.
반면 이건희 회장측은 각종 자료와 이맹희씨가 직접 저술한 '묻어둔 이야기'를 증거로 제출하면서 유지가 있었음을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묻어 둔 이야기’에는 “운명 전 아버지는 인희 누나, 누이 동생 명희, 동생 건희, 내 아들 재현이 등 다섯 명을 모아두고 그 자리에서 구두로 유언을 하고, 건희에게 정식으로 삼성의 경영권을 물려줬다”고 적혀있다. 또 “삼남인 건희를 계승자로 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적혀있다.
고(故) 이 회장의 호암자전 후기에도 “"처음에는 주위의 권고도 있고 본인의 희망도 있어, 장남 맹희에게 그룹 일부의 경영을 맡겨 봤다"며 "그러나 6개월도 채 못 돼 맡겼던 기업체는 물론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본인이 자청해 물러났다"고 말했다.
또 "삼남 건희는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 유학 후 귀국을 하고 보니 삼성그룹의 전체 경영을 이어받을 사람이 없음을 보고 그룹 경영의 일선에 차츰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의 취미와 의향이 기업경영에 있어 열심히 참여해 공부하는 것이 보였다. 이 계승이, 삼성의 확고부동한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되고 기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삼남 건희를 계승자로 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미디어펜=권일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