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별 문제 없이 넘어갈 줄 알았던 일이 4년이나 지속됐습니다. 이제라도 '근거 없음' 처분이 났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미 은행들의 신뢰도에 타격이 간 측면은 있습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
"은행들과 공정위가 금융소비자들을 우롱한 처사입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
무려 4년을 끌어온 은행권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의혹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근거 없음'으로 처분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숨 돌렸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은행들은 애초에 왜 문제가 됐는지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소비자 단체들은 공정위와 은행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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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4년을 끌어온 은행권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의혹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근거 없음'으로 처분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
6일 공정위와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現 KEB하나)‧SC은행 등 시중은행 6곳이 지난 2009년부터 최근까지 CD금리를 담합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 '법 위반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따라 '단군 이래 최장기 조사'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4년을 끌어온 심의절차가 종료됐고 은행들은 혐의를 벗었다.
이날 주심위원인 김석호 상임위원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워 절차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며 심사보고서 결론을 발표했다. 의심되는 정황은 있었지만 결정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의미다.
공정위 측이 말하는 '정황'이란 2012년 여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등 다른 금리지표와는 달리 CD금리가 3.55%에서 3.54%로 단 0.01%p만 하락한 사실을 말한다. 이에 공정위는 같은 해 7월 증권사 10곳과 시중은행, 지방은행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2년 후인 2014년 8월에도 은행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조사가 진행됐다. 이 사이 3명의 금융소비자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고, 2013년에는 금융소비자원 주도로 205명이 금융감독원에 국민검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기도 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이 논란은 올해 2월 공정위가 시중 6개 은행에 '담합 인정' 취지의 심사 보고서를 발송하면서 재점화됐다. 공정거래위원장이 2번이나 바뀔 정도로 긴 시간동안 계속 논란이 이어진 셈이다.
공정위의 최종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던 지난 달 하순까지만 해도 은행권은 담합이 인정될 것으로 예측하고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공정위 전원회의가 진행된 지난달 22일에는 은행연합 관계자들까지 세종시 공정위 청사로 가서 은행권의 입장을 소명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은행들이 항변한 근거는 '정부 당국의 행정지도를 따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CD금리가 고정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2010년 말부터 예대율 산정 시 CD를 제외하도록 권고한바 있다. 이에 따라 CD 발행이 2010년 50조원에서 2012년 25조원 수준으로 반토막 났고, 물량이 줄다 보니 금리 변동도 없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2012년 조사 시작 당시만 해도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던 사건"이라며 "무혐의 판정이 나 다행이지만 조사기간이 너무 길어 은행들이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CD금리를 마음대로 결정할 권한 자체가 은행들에게 없다"며 "결론이 무혐의로 나서 다행이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을 끈 자체가 의문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CD금리를 직접 결정하는 주체는 금융투자협회 회원사인 증권사들이다. 은행이 CD를 발행하면 금투협이 거래실적 순으로 10개 증권사에 설문을 돌린 뒤 답변 자료를 취합해 최고‧최저금리를 제외한 평균값으로 CD금리가 결정된다. 은행 관계자들이 '권한 자체가 없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실무자간 메신저 내용 등을 근거로 담합 혐의가 있다는 의심을 계속 가져 왔다. 공정위 측 심사관은 은행 실무자간 채팅방 대화에서 "네가 올려라"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 등의 대화가 오갔다는 점을 담합의 정황으로 봤다. 은행들은 전후 맥락을 보면 전혀 의심할 일이 아니라는 쪽으로 해명했고 결국 전원회의 상임위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한편 CD금리 담합이 인정될 것으로 보고 대규모 소송을 준비하고 있던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남희 대표는 "소비자를 우롱한 처사"라며 "검찰에 대한 소비자 소송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결정에 대한 법률적 이의 제기도 검토 중이라고 밝혀 CD금리 담합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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