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브렉시트 여파로 주가 1만 원선이 깨진 우리은행의 직원들이 200억 원 전후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도합 세 번째인 이번 주식 매입은 직원들의 민영화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광구 은행장 역시 주가와 투자자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2분기 실적발표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1분기 못지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데 주가 하락은 민영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직원들로부터 우리은행 주식 매입 신청을 받았다. 신청 범위는 최소 100만원부터 최대 본인 연봉의 2배 범위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신청내용에 따라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삼성증권을 통해 3일간 주식 매입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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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렉시트 여파로 주가 1만 원선이 깨진 우리은행의 직원들이 200억 원 전후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도합 세 번째인 이번 주식 매입은 직원들의 민영화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광구 은행장(사진) 역시 주가와 투자자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우리은행 |
이번 주식매입은 '자사주 매입'으로 알려졌지만 흔히 경영학에서 말하는 자사주 매입(buy-back)과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학술적인 의미에서의 자사주 매입은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경영주체가 경영권을 보호하거나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자기자금으로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지칭한다. 이번 우리은행 주식 매입의 경우 사원들이 자발적으로 주식 매입에 나선 것이므로 엄밀히 말하면 사원들이 희망한 주식 매입을 회사가 '주선'한 것에 가깝다.
이번 주식매입은 총 세 번째다. 첫 번째 주식 매입이 2000억 원 규모였던 데 비하면 이번 매입은 2차 매입과 비슷한 200억 원 전후 규모가 될 것으로 보여 그렇게 큰 스케일은 아니다.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올 3월말 현재 4.27%다.
이번 매입은 민영화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심리적 방어선'인 주가 1만 원선이 무너진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작된바 크다. 세 번에 걸친 우리사주조합의 자사주 매입 중에서 주가가 1만원 밑으로 떨어진 경우는 지난 2차(9099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브렉시트 여파 등 최근의 경제 불확실성이 급증하면서 오히려 직원들이 먼저 주식 매입을 요청했다는 점도 독특하다. 민영화에 대한 우리은행 내부의 염원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오는 19일에는 우리은행의 2분기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권 상황은 많이 어려워졌지만 우리은행의 경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던 1분기 못지않은 실적이 2분기에도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면서 "민영화를 위한 여러 가지 여건들이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올해만 3번에 걸쳐 진행된 이광구 은행장의 해외IR 역시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은행 IR부문 한 관계자는 "3회에 걸친 IR에서 이광구 은행장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현재 우리은행의 실질가치가 현 주가보다 훨씬 높다는 걸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본격적으로 매각공고가 나면 (민영화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우리은행은 지난 4일 스마트금융사업본부 산하에 플랫폼사업부를 신설하면서 '위비뱅크' '위비톡' 등 우리은행이 선보인 플랫폼 서비스에 승부수를 던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스마트금융 부문 조재현 부행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장도 변하고 고객도 변하고 있는 전대미문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라고 이번 조직개편을 평가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기업 가치와 민영화 이슈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도 우리은행 주가 향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한정태 연구원은 우리은행의 2분기 순이익을 2973억 원으로 상향조정하면서 "이익 체력 확대를 바탕으로 2016년 순이익은 1조 2220억 원으로 15.4%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정태 연구원은 "(구조조정 등으로) 문제된 기업들이 올라와도 우리은행이 빠져있거나 여신이 적은 경우가 많고 건전성 비율도 꾸준하게 개선 중"이라며 목표주가 1만 4500원을 제시했다.
우리사주조합의 주식 매입 소식이 알려진 이날 오전 우리은행의 주가는 9400~9500원 선을 오가고 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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