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브렉시트 여파가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 은행들을 덮치고 있는 가운데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도 점점 늦춰지고 있다. 이른바 '돈풀기' 전략, 즉 금리를 낮추는 통화정책이 좀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힘을 싣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계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에 생존싸움을 벌이면서 우리나라까지 수익성 리스크가 불거질까 걱정이다.
한국은행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이미 초저금리로 수익성 악화에 신음하고 있는 은행들의 고민이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세계 주요 은행들의 수익률이 급감하고 있다. 현 시점 가장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이탈리아 은행들이다. 이탈리아 최고(最古) 은행이자 현재까지 3위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는 지난달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결정 이후 한 달 만에 주가가 반 토막 난 상태다.
|
 |
|
▲ 브렉시트 여파가 세계 은행권을 덮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오는 14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 |
독일 대표은행인 도이체방크 또한 위태롭다. 이미 올해 초부터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해 연초 대비 시가총액이 반으로 줄었다. 이 은행은 현재 7000건이 넘는 소송에도 휘말려 있어 불확실성이 전에 없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도이체방크의 CDS프리미엄은 올해 들어서만 158.1bp 폭등해 전 세계 최고 수준을 보였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쓰러졌을 경우 생기는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기업 신용도가 낮아졌다는 의미라 CDS 프리미엄은 해당 기업에 대한 리스크 평가지표로 쓰인다.
미국 은행들의 상황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 2분기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시티그룹의 주당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23%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의 분석 결과를 보도했다.
그나마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이 미국 은행들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변수로 손꼽혔지만 점점 그 가능성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가 개선되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잠깐 대두됐지만 브렉시트 결정과 함께 '9월 인상설' '12월 인상설'로 후퇴한 분위기다.
지난 6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고용자수가 28만 7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18만 명이나 상회하긴 했다. 그러나 이번 고용지표 개선이 미국의 성장 모멘텀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켜주긴 해도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전망까지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진단이다.
국제금융센터 김윤경 연구원은 "5월 고용자수 증가가 부진했던 업종에서 6월 큰 폭의 증가세가 있었기 때문에 6월 발표는 5월 발표가 이례적이었음을 확인시켜준 것에 불과하다"는 HSBC의 분석을 인용하면서 "브렉시트 여파를 반영해 12월 금리인상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9월 금리인상은 7월과 8월 견조한 고용지표와 브렉시트의 제한적 영향 등이 뒷받침될 때에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시점이 늦춰지는 건 한국 은행들의 수익성에도 좋지 않은 소식이다. 이미 초저금리 시대의 장기화로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낮아질 대로 낮아져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추가인하'까지 단행한다면 은행들로서는 수익성 개선 여지가 더욱 좁아진다는 불안감이 업계에 팽배해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들의 수익에서 NIM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절대적이라 NIM의 부진은 곧 은행산업의 부진을 의미한다"면서 "브렉시트가 한국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이라 해도 대신 한국 특유의 구조조정 상황이 맞물려 있어 더 없이 힘든 시기"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는 점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연구위원은 "연내 한국은행이 금리를 한 차례 정도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두 차례 인하를 예측하는 경우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연구위원은 "남유럽을 중심으로 유럽계 은행의 재정 건전성과 중국 은행의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한국 은행들도 글로벌 금융시장과의 연계성이 높아 건전성 악화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오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해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논의한다. 같은 날 '수정 경제전망'도 함께 발표될 예정이라 현재 2.8%로 제시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하향조정 여부도 관심사로 대두된 상태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