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부산의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이 여고생과 성관계한 사건을 각 경찰서장(총경)들이 묵인, 사건 은폐를 주도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감찰계장(경정)과 아동청소년계장(경정) 역시 문제의 경찰관들의 사표가 수리되기 전 여고생과의 성관계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강신명 경찰청장과 이상식 부산경찰청장 등 지휘부는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결론이 났다.
경찰 특별조사단(단장 조종완 경무관)은 12일 브리핑에서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특별조사단에 따르면 부산 김성식 연제경찰서장과 정진규 사하경찰서장은 문제의 SPO들의 사표 제출 전 사건 보고를 받은 뒤 주무 과장들(경정)과 논의해 사건을 은폐키로 했다.
김성식 서장은 5월9일 정모(31) 경장의 행각을 보고받고 집무실에서 여성청소년과장, 청문감사관, 경무과장과 논의한 뒤 징계 없이 사표를 받아 처리하기로 했다.
정진규 서장은 6월9일 김모(33) 경장의 범행 사실을 보고받고 여성청소년과장, 청문감사관과 논의해 같은 절차를 밟았다. 김 경장에게 사표를 종용한 정황도 있었다고 특조단은 설명했다.
서장들은 당시 성관계에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한 뒤 이를 윗선에 보고하거나 공개하면 사회적 파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묵인, 은폐했다고 특조단은 밝혔다.
서장들은 6월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오른 뒤에도 부산경찰청에 "비위 사실을 모른 채 의원면직 처리했다"고 허위 보고했다.
부산경찰청 감찰계장은 5월25일, 아동청소년계장은 5월26일 연제경찰서 정 경장 사건을 파악했다. 감찰계장은 그동안 이 사건을 6월1일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며, 아동청소년계장의 인지 사실은 이번 조사로 처음 밝혀졌다.
이들은 특히 각각 6월13일과 6월10일 사하경찰서 김 경장 사건을 인지했는데도 문제 삼지 않아 6월15일 김 경장의 사표가 수리되도록 했다.
아동청소년계장은 동료로부터 진상파악 권유를 받고도 아예 구체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감찰계장은 이 문제가 공론화된 후에도 경찰청에 "두 사건 모두 의원면직 처리 전에 비위사실을 몰랐다"고 허위 보고했다.
감찰계장은 특조단에 "연제서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했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사하서 사건을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청 감찰기획계장은 6월1일 연제서 정 경장 사건을 파악하고 감찰담당관에게 보고했지만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강신명 경찰청장과 이상식 부산경찰청장 등 지휘부는 관련 보고를 받지 못하다가 이 문제가 공론화된 6월24일 보고를 받았다고 특조단은 밝혔다.
특조단은 강 청장과 이상식 부산청장의 대면 진술을 받았지만 사전에 인지한 정황이 없었다고 밝혔다.
특조단은 또 이상식 청장의 경비전화까지 확인했지만 휴대전화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조단은 이 청장과 송병일 부산청 2부장(경무관)을 포함해 17명에 대해 징계를 경찰청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 청장에게는 부실한 관리, 감독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에 대한 징계는 시민감찰위원회를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강 청장에 대한 징계 요구는 나오지 않았다.
경찰 특조단은 사건 관련자들의 은폐 의혹이 갈수록 커지자 지난달 30일 수사지도팀, 특별감찰팀, 홍보지원팀 등 26명으로 구성해 12일간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셀프 감찰'이라 진실규명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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