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현재 은행과 저축은행에만 허용된 법인지급결제 업무를 증권사에도 하루 빨리 허용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12일 황 회장은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증권사의 지급결제 관련 법안은 2007년에 논의가 끝났지만, 개인만 풀렸고 법인은 ‘적정 시기’로 미뤄졌다”며 “차일피일 미뤄져 아직도 시행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국회는 지난 2007년 7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고 금융투자회사에 개인고객의 지급결제를 허용했다. 증권사들은 금융결제원에 3375억원에 달하는 특별참가금(일종의 가입비)까지 납부했으나, 여전히 개인에 대해서만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법인 고객은 증권사를 통한 급여지급 등 계좌이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아마 증권사들이 (저축은행보다는 규모가 커서)만만치 않으니 법인 지급결제 풀어주면 은행 업권을 침해한다는 논리 때문 아니겠는가 싶다”며 “가입비를 냈는데 이행 안 해주는 건 공정거래법 위반이고 증권사 사장 입장에서는 주주들 돈을 낸 것인 만큼 주주에게 법적 책임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증권사에 대한 법인결제 업무가 허용되지 않으면서 증권사의 법인 영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황 회장의 분석이다.

그는 “법인들이 간단한 급여계좌개설, 협력업체에서 돈 받고 보내는 일을 증권사에서는 못한다”며 “증권사들이 국내 M&A 시장의 올해 상반기 거래 47건 중 규모가 작은 3건에만 개입될 정도로 외국계 IB(투자은행)과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에 비해 존재감이 적은 것도 (법인결제가 허용되지 않아) 기업과의 관계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황 회장은 현재 자기자본의 100%로 제한된 대형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 규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은 바젤3의 규제에 따라 자기자본비율만 적정하면 어떤 용도로 쓰는지 정부에서 간섭을 하지 않지만 증권의 경우는 기업신용공여, 일반신용공여,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등 업무별로 규제가 들어와 있다”면서 “증권사도 레버리지 비율을 합리화하면서 영업용순자본비율(NCR)과 레버리지 규제를 아울러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황 회장은 위축된 공모(IPO) 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관사의 공모가 산정 재량을 늘려주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황 회장은 “IPO 과정에서 증권신고서를 낼 때 가격을 어떤 근거로 산출했는지 자세하게 적게 돼 있는데 이렇게 하면 기업평가를 하기가 어렵다. IPO 가격은 주관사와 발행사가 알아서 하고 투자자는 싫으면 안 들어가면 되는, 시장 결정 사항에 불과하다”며 “이로 인해 좋은 기업이 IPO에 못 나오는 역효과도 있다. 모험자본도 덩달아 못나오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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