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경찰이 최근 부산에서 학교전담경찰관(SPO) 2명이 여고생들과 성관계를 한 사건이 논란이 되면서 운영체계 전반을 개선하기로 했다. 

SPO를 학교폭력 대응과 범죄 예방이라는 경찰 본연 역할에 집중시키고 교육 당국과 협업을 강화하며, SPO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높이는 내용이 뼈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청은 14일 이같은 방안을 담은 SPO 제도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SPO는 학교폭력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전통적 경찰 영역에 집중하고, 학생 상담은 피해 사실을 확인하는 '면담' 수준에 한해 진행한다.

폭력과 관련 없는 일반 상담 등 업무는 학교나 Wee(위)스쿨·Wee센터·Wee클래스, 청소년 전문 상담센터 등 전문기관에 인계한다.

이는 그간 SPO 활동이 경찰-교육 영역에 모호하게 걸쳐 '경찰이 타 부처 일까지 떠맡는 기관이냐'라는 식의 비판이 나오자 이를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SPO의 홍보활동이 지나쳐 경찰 본연 업무를 등한시하게 된다는 일각의 지적도 받아들여 신고·제보를 유도하는 최소한도에서만 하기로 했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효율적 SPO 운용을 위해 교육 당국과 협업을 강화한다는 복안도 내놨다.

경찰청-교육부는 상·하반기 각 1회, 지방경찰청-교육청과 경찰서-교육지원청은 분기 1회 의무적으로 회의를 여는 상설협의체를 운영한다.

경찰청-교육부 협의체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시기·대상별 중점 추진 전략과 중장기 발전 방안을, 지역 단위 협의체는 지역 맞춤형 대책을 수립해 추진한다.

SPO 활동과 관련한 경찰-교육당국 간 정보공유도 강화한다.

SPO는 학교 방문 일정이 포함된 월별 활동계획을 만들어 학교 측과 협의 후 활동한다. 협의된 것 외에 SPO 활동이 필요하면 학교 측이 절차를 거쳐 요청한다.

특히 각급 학교 생활지도부장을 SPO의 접촉 파트너로 지정, 상호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할 계획이다.

SPO의 학생 면담이 부산 사건과 같은 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학생 면담에 관한 원칙도 엄격히 정했다.

학생 면담 장소는 교내를 원칙으로 하고 학교 측과 장소를 정하며, 교외 면담이 필요하면 Wee센터 등 공공 상담장소를 이용하고 학교 측에 이유를 통보한다.

SPO가 학생을 면담하려면 일반 면담은 사후 직속상관인 소속 계장 승인을 받고 해당 학교 생활지도부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SPO가 이성인 학생을 만나는 등 특이 면담의 경우 사후는 물론 사전에도 소속 계장 승인을 받고 학교 측에 통보하도록 했다.

이같은 보고·통보 절차를 지키지 않는 SPO는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아울러 SPO를 정(正)·부(副)의 2인1조로 운영토록 하고, 가능한 한 남학교에는 남성 경찰관을, 여학교에는 여성 경찰관을 정 담당자로 배치한다.

이성 학생을 면담해야 할 때는 반드시 부 담당자가 정 담당자와 동행하고, 여학생 성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은 여경이 수행하도록 했다.

장기적으로는 SPO 전문성을 높이고자 아동·청소년·교육·상담·심리 분야 전공자 경력채용 비중을 계속 확대할 방침이다. 상담 윤리 등 직무 도덕성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의 핵심은 교육부와 협업을 통해 SPO를 경찰 고유 업무에 집중시키고 상호 역할을 조화롭게 재정립하는 것"이라며 "제도의 발전적 정착을 위해 교육당국과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