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물가안정 한은만의 책임 아냐"
[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한국은행을 설립하고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은행법 제1조의 내용이다. 1950년 설립된 한국은행은 대한민국의 중앙은행으로서 물가안정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다. 특히 작년 말부터는 새로운 물가안정목표제가 시행돼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와 실제 상승률이 6개월 연속 0.5%p 이상 오차를 낼 경우 물가 설명회를 개최해야 한다. 설명회에서는 한은 총재가 직접 목표달성 실패의 원인과 향후 대응방안을 밝혀야 한다.

   
▲ 한국은행이 사상 첫 물가목표 설명회를 개최해 물가목표 달성 실패의 원인을 '국제유가'에서 찾았다.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사상 첫 물가목표 설명회를 개최해 물가목표 달성 실패의 원인을 '국제유가'에서 찾았다. 내년 상반기에는 물가상승 목표치인 2.0% 달성할 가능할 것으로 예측한 한은은 이날 설명회에서 통화정책 운용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면서 완화적 정책을 이어갈 의사를 피력했다. 하지만 한은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14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과 '경제성장률 전망치 인하'를 단행한 한국은행은 오후에도 일정을 이어갔다. 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물가목표 설명회' 때문이었다. 이주열 총재와 서영경 부총재보는 연이어 설명회를 갖고 기자들의 질문에 직접 답변했다. 처음으로 치러진 설명회인 만큼 취재진 숫자는 오전 금통위 때보다 더 많았다.

모두발언에서 이주열 총재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적용될 물가안정목표가 2.0%였음을 상기시키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0.9% 상승하는 데 그쳐 목표수준을 크게 하회했다"고 말했다.

주원인으로 꼽힌 것은 국제유가 등 국제원자재가격의 하락이었다. 이 총재는 "금년 상반기 중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였으나 작년 상반기에 비해서는 여전히 35% 정도 낮았다"면서 "국내 석유류 가격의 하락은 금년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8%p 정도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목표를 1.1%p 밑돈 원인의 대다수가 국제유가 때문이었다는 시각이다.

이 총재는 향후 목표치에 근접하기 위한 방편으로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했다. 기준금리를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방침도 재천명했다. 한국경제의 '성장비타민'이 부족한 만큼 통화정책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졌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2014년과 2015년에 기준금리를 각각 2회 내렸고 올해 상반기에도 한 차례 내렸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실물경제 활성화 뿐 아니라 물가목표 관리에도 유념해서 내린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가 수요 면에서 물가의 하락압력을 낮추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주열 총재는 물가관리의 모든 책임이 한은에 쏠리는 점에 대해서는 다소 불편한 시각을 드러냈다. "물가는 통화정책 뿐 아니라 공공요금 등 정부의 다른 정책에도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고 전제한 이 총재는 "물가안정이 한은만의 책임이란 시각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통화정책에만 책임을 돌리는 건 합당치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총재의 다소 강경한 발언에 부담을 느낀 듯 설명회에 동석한 장민 조사국장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바로 물가에 반영되는 게 아니고 국내경기 상황을 경유해서 물가에 반영된다"면서 "정부 역시 이 점을 이해하고 있으므로 정부와 한은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잇따라 개최된 서영경 부총재보의 설명회에서도 비슷한 입장 표명이 이어졌다. 서 부총재보는 "브렉시트 등으로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증대돼 성장속도가 더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이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일본 등 주요국들의 회복세는 미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 부총재보는 국내경제의 경우에도 1분기의 부진에서 벗어나 개선 흐름을 보이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로 회복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불과 0.1%p 밖에 내려가지 않은 2.7%로 예상해 주요 기관 중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주열 총재는 "당초 전망과 빗나가는 게 반복되는 현상은 대외 경제 여건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악화하다 보니 생긴 것"이라며 "하향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말로 원칙론적인 설명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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