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민영화 등 산적 과제 때문에 '반납' 사례 많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여름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은행권 CEO들의 여름나기는 힘겹다. 이미 계획을 세운 CEO들이 있는 반면 금융권 불확실성 상승, 회사 통합, 민영화 등 산적한 중요 이슈 때문에 아직 휴가를 못 잡은 CEO들도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다수 은행권 CEO들은 내달 초‧중순으로 휴가 일정을 잡아둔 상태다. 신한은행 조용병 행장, 이경섭 농협은행 행장 등이 8월 중순까지 짧은 휴가를 떠난다. 신한금융지주 한동우 회장과 KB금융 윤종규 회장도 8월로 휴가를 잡았고, 기업은행 권선주 행장도 임기 만료 전 마지막 여름휴가를 내달 2일부터 1주일간 떠날 예정이다. 

   
▲ 현대증권 인수를 성사시키고 사명까지 'KB증권'으로 확정 지은 윤종규 회장(사진)은 직원들에게도 여름휴가를 마음껏 쓰라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휴가를 떠난다 한들 CEO들의 마음은 무거워 보인다. 

우선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돼 휴가 중에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 늦가을부터 차기 지주회장을 선임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구성된다. 40년 금융인생을 마무리 하고 후임 인선을 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고 있는 만큼 올해 여름휴가 기간에도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는 후문이다.

그나마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발걸음이 상대적으로 가벼워 보인다. 현대증권 인수를 성사시키고 사명까지 'KB증권'으로 확정 지은 윤 회장은 직원들에게도 여름휴가를 마음껏 쓰라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한 관계자는 "금융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데 CEO 한 마디가 젊은 직원들의 부담을 많이 덜어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윤 회장은 해외보다는 국내 휴가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휴가일정을 아직 못 잡았을 뿐 아니라 아예 떠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출근파' CEO들도 많다.

'충당금 쇼크'에 빠진 농협의 경우 상황이 좋지 않다. 이경섭 행장은 광복절 연휴를 전후로 짧은 휴가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지만 농협금융 김용환 회장은 아직 일정을 잡지 못했다. 임직원 급여반납, 조직통폐합 등 조직이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상황이라 이대로 계속 업무에 매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여름휴가를 쓰지 않고 '출근파' 노선을 걸을 확률이 높다. 민영화 관련 이슈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 만료되는 임기 내에 민영화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 은행장은 최근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연이어 개최하며 매각 성사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휴가를 반납하고 사무실로 출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은 아직 여름휴가 계획을 잡지 못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이 올 9월로 1년을 맞지만 전산 통합은 올해 여름에야 완료됐다. 

성공적으로 합병이 성사됐지만 두 기관의 조직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 교차발령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내‧외적 통합을 도모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태 회장의 경우 작년 여름에도 휴가를 반납하고 '출근파' 노선을 걸었다. 

하나금융 한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의 경우 올해도 여름휴가를 반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하나-외환 통합의 후속조치에 여념이 없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역시 비슷한 노선을 걷지 않을까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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