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협회, 세미나서 임금인상 자제·해고기준 완화 등 촉구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국내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대립적 노사관계를 협력적 관계로 전환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사례를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스페인·이탈리아 자동차산업의 노동부문 개혁 사례 연구 세미나'에서 위기에 처했던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자동차산업이 협력적 노사관계를 통해 경쟁력을 회복한 사례가 소개됐다.

르노의 스페인 공장은 인건비가 낮은 동유럽 국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일자리와 임금이 줄어들자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결국 2009년 공장이 폐쇄 위기에 직면하자 노조가 임금 동결과 초과근무 수당 양보, 근로시간의 탄력적 운영 등을 내용으로 하는 단체협약을 수용했다.

2013년에는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경영 여건이 어려울 때 회사가 노조와 협의 없이 단체협약을 변경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2014년 스페인 공장의 시간당 인건비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평균의 73%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생산량이 회복됐다. 

르노는 노조의 노력에 화답하고자 스페인 공장에 신규 모델을 투입했고 포드와 폴크스바겐 등 스페인의 노사관계에 매력을 느낀 완성차업체도 스페인에 투자했다.

이탈리아의 대표기업 피아트는 2000년대 중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조에 임금 삭감과 신공장 건설을 제안했지만, 노조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마르치오네 최고경영자(CEO)는 2011년 "이탈리아를 떠나면 더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실제 피아트는 2009년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의 크라이슬러를 인수했고 이후 생산성이 낮은 자국 공장을 폐쇄하거나 인원을 감축했다. 이탈리아 내 생산 비중은 1990년 90%에서 2010년 28%로 낮아졌다.

일자리를 잃은 이탈리아 노동자들 사이에 회사와 협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피아트 노조는 2011년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임금 인상 제한과 해고·전환 배치·탄력근무 등에 대한 회사의 권한 강화에 합의했다. 무조건적인 파업도 자제하기로 했다.

이후 경쟁력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2001년 158만대에서 2013년 65만8000대로 급감한 이탈리아 내 자동차 생산량이 2015년 83만2000대로 반등했고 실적도 2012년부터 흑자로 전환했다.

이들 사례를 소개한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는 과거 위기 상황에서 적대적 노사관계를 청산하고 글로벌 경쟁력 위주의 협력적 노사관계로 발전했지만,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대립적·갈등적·단기형 노사관계로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