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두 차례 '경고'…"출혈경쟁 최종 피해자는 금융소비자"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시중 은행들이 잇따라 '멤버십 포인트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경쟁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소비자 편익이 올라간다는 상식과 달리 '멤버십 전쟁'은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주요 은행들은 최근 잇따라 포인트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하고 일대 '전쟁'에 나섰다. 가장 먼저 시장을 선점한 곳은 하나금융이다.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하나멤버스'를 내놓은 하나금융은 거래실적에 따라 쌓은 포인트를 주유소, 편의점 등 100여 개 업체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게 서비스를 설계했다. 하나멤버스는 출시 9개월 만에 회원 56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 시중 은행들이 잇따라 '포인트 멤버십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경쟁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펜


물론 이와 같은 반응에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작용한 측면이 컸다. 현장에서 직접 뛰어야 하는 직원들 중에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시중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은 "2016년은 참 힘든 해"라면서 "봄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실적에 온 신경이 곤두섰는데 최근엔 멤버십 가입실적이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이 직원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라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결국 이러한 일(가입유도 판촉)이 은행원들의 주 업무가 되지 않을까 싶은 불안감이 업계에 존재한다"고 털어놨다.

하나멤버스의 공격적인 영업은 당연히 다른 은행들을 자극했다. 신한은행은 신한 팬(FAN) 클럽을 런칭했고 우리은행도 지난 1일 '위비멤버스'를 내놨다. 이들은 연말까지 회원 수 500만 명에서 800만 명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판촉 활동을 하고 있다. 한동안 뜸했던 은행 TV 광고가 최근 자주 보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것이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당장 국민은행이 올해 중 멤버십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농협은행 또한 멤버십 서비스 개편과 확대에 나선 상황. 결국 이에 따른 은행 간의 '멤버십 대첩'은 향후 더욱 확대될 일만 남은 셈이다.

광고나 판촉에 들어가는 비용이 올라가면 회사로서는 그 이상의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멤버십 전쟁의 최종비용은 금융소비자들이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경쟁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즉시 진화에 나선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다. 

특히 20대 금융개혁 관행 개선에 매진하고 있는 당국으로서는 상품가입 강권이나 불완전판매를 잡지 못하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금융개혁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양현근 금감원 부원장보는 지난 15일 17개 은행들의 부행장급 임원을 긴급 소집해 "과당경쟁 영업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흘 뒤인 지난 19일에도 4대 금융지주 부사장이 모인 자리에서 멤버십 포인트 서비스를 둘러싼 과당경쟁 양상에 대해 '경고'를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출혈경쟁 조짐을 보여 부원장보 차원에서 사전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양상을 계속 지켜보겠지만 (은행들의 멤버십 유치 경쟁이) 당분간은 진정세를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