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효과 미반영…한은 총재 "수익성 악화 우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4대 시중 은행들이 나란히 호실적을 공시하며 수익성 악화 위기를 타개하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 장기화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건전성 관리를 통해 순이자마진(NIM) 감소를 극복해 나가는 모양새다. 다만 각 은행마다 위기 요소가 존재하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은 지난주와 이번 주에 걸쳐 나란히 상반기 실적을 공시했다. 가장 큰 수익을 올린 곳은 예상대로 신한금융지주였다. 당초 6500억 원 수준의 2분기 순익이 예상됐지만 신한금융은 6834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상반기에만 1조 454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 4대 시중 은행들이 나란히 호실적을 공시하며 수익성 악화 위기를 타개하고 있다. 다만 각 은행마다 위기 요소가 존재하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이번 실적에는 핵심 계열사 신한은행의 선전이 크게 작용했다. 저금리 시대에도 불구하고 신한은행의 이자이익은 2조 1636억 원을 기록해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5.4%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KB금융도 상반기 순익 1조원을 돌파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정확히 1조 1254억 원의 순이익을 공시한 KB금융은 2012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상반기에 1조원 순익을 돌파했다.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원화 대출금이 1분기 1.8%, 2분기 2.0% 성장해 순이자마진(NIM)은 1.85%를 기록했다. 기업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이 작년 동기 대비 31.6%(1451억 원) 줄어든 점도 주효했다. 건전성 관리가 수익성 증가로 돌아온 셈이다. 

작년 희망퇴직 등으로 일반관리비가 대폭 줄어든 영향도 비용 감소에 큰 몫을 했다. 단 건전성 지표로 꼽히는 은행의 총연체율은 6월말 기준 0.44%를 기록해 작년 연말 대비 0.04%p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은행은 이광구 행장의 강력한 의지로 실적 발표를 열흘이나 앞당기는 자신감을 보여줬다. 지난 19일 우리은행은 올해 2분기 당기순익 3070억 원, 상반기 누적 7503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본래 금요일에 예정돼 있던 실적 발표를 화요일로 앞당긴 것은 호실적을 주가부양으로 연결시키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실적발표 3일이 지난 22일 현재 우리은행 주가는 1만 150원으로 마감됐다. 우리은행 측은 이번 실적과 주가 상승을 민영화의 신호탄으로 삼아 이광구 행장 임기 내 반드시 매각을 성사시킨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4대 은행 중에서 가장 늦게 실적을 발표한 하나금융 역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신고했다. 22일 하나금융은 올해 2분기 3521억 원을 포함해 상반기 총 7900억 원의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을 냈다고 밝혔다. 판매관리비, 충당금전입액 등 비용이 줄어들고 이자이익이 늘어난 점이 실적 향상에 공로를 세웠다. 

물론 모든 상황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2분기 실적이 좋게 나오긴 했지만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지난 6월 연 1.25%로 내려간 이후의 효과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금융사 수익성 악화는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조차도 우려를 표명한 상황이다. 

이 총재는 지난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해 "국내은행의 경우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와 기업 구조조정 추진 등으로 수익성 저하가 우려된다"면서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대출자산의 건전성과 자본의 적정성을 유지하는 데 한층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대 은행별로 위기의 도화선이 될 만한 요소들도 각각 존재한다. 

우선 신한금융의 경우 2분기 순익만 놓고 보면 1분기에 비해 11.4%나 감소했다.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4537억 원을 기록해 4305억 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5.4% 늘었다. 이는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 여파로 분석된다. 바꿔 말하면 구조조정 사태가 악화될 경우 향후 실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은행의 경우 총연체율이 다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순수수료이익은 작년 동기대비 5.6%(437억 원) 감소한 7324억 원을 기록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3642억 원을 기록해 1분기 대비 1.1%(40억 원) 줄어들었다. 하나금융 수수료이익도 작년 동기 대비 11.0%나 줄어들었다. 

이와 관련 KEB하나‧국민‧우리‧신한‧농협‧기업‧씨티‧SC제일 등 8개 은행 대표들은 하반기 실적 호조를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21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한 이들은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대출자산의 건전성과 자본의 적정성을 유지하는 데 한층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으고 "제반 비용 절감 등을 통해 경영 합리화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