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한마디로 어닝 서프라이즈다. 대내외 경제 악화, 저금리 등 은행권의 수익성 제동에 나선 악재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금융회사들의 상반기 실적은 깜짝 실적을일궈냈다.
금융권의 눈물겨운 수익성과 건전성 방어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앞으로 꽃길을 계속 갈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대내외 리스크들이 도사리고 있는 까닭이다. 일례로 '수수료 현실화' 불가피하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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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권의 올해 2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내외 리스크들이 도사리고 있어 하반기 실적방어에 여전히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연합뉴스 |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KEB하나 등 4대 은행들은 양호한 수준의 상반기 실적을 나란히 발표했다. 지난주 각 은행의 발표내용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 26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7903억 원을 기록했던 작년 동기기 대비 30%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다음으로 KEB하나은행은 799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7.6% 증가했다(하나-외환 통합 이전의 기록을 단순 합산). 상반기 순익 7503억 원을 기록한 우리은행의 성장세는 더 놀랍다. 2015년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45.2%나 성장한 것. 국민은행도 7432억 원의 순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세를 보였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우리은행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는 가장 놀라운 '어닝 서프라이즈'로 손꼽혔다. 작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은행 부실채권비율 현황에 의거 우리은행은 SC제일은행과 함께 부실부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위험은행'으로 지적된바 있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1.65%(2015년 9월 말 기준)였다.
상반기 이자이익이 전년 대비 7.4%나 증가한 점이 순익 증가에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진짜 공신은 따로 있었다. '건전성 관리'다. 요주의비율이 하락하고 있고 주요은행 중 유일하게 연체율이 개선 추세이며 고정이하여신대비 충당금 비율도 140.0%를 넘긴 것. 특히 은행의 대손율이 0.24%로 낮다.
하나금융투자 한정태 연구위원은 "이러한 추세라면 3분기에도 3000억 원대의 순이익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우리은행 주가는 1만 300원선까지 상승하면서 '민영화' 기대감을 유지시키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에도 올 상반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95%로 6개월 만에 0.15%p나 떨어져 은행 출범 이후 신기록을 세웠다. 은행 내 여신관리‧리스크관리 부서장들이 '여신자산개선 커밋'을 월 1회 개최해 부실기업을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부실 예상 기업을 조기 발굴 하는 등 일찌감치 대책 마련에 나선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KEB하나의 경우에도 상반기 대손충당금 등 전입액이 391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3%(1000억 원) 줄었고 고정이하 여신비율과 연체율은 각각 1.17%, 0.54%를 기록해 모두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신한은행도 지난 1년간 총 여신규모를 늘리면서도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약 58억 원 줄이는 데 성공해 부실채권비율이 0.82%로 떨어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산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면서도 "우려에 비해 좋은 실적이 나왔을 뿐 하반기 전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은행들은 잇따른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표정 관리에 전념하는 모습이다. 상반기 6개월 동안 이른바 '뒷문 잠그기'를 통해 새어나가는 비용을 줄였다면 하반기에는 진정한 수익성 확보를 통해서만 실적을 개선시킬 수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상반기까지의 실적이 잘 나왔다는 점이 기저효과로 작용하는 점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하반기에도 '서프라이즈'를 기록한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현 시점에서 은행권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한국은행이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이다. 지난 6월 한은이 전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실시해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에도 어느 정도 타격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상반기 실적 발표에 이 부분은 포함되지 않았다. 덧붙여 하반기에 금리 추가인하가 단행될 경우 은행권 실적은 내년까지 하향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있다.
이병권 동부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에 따른 마진 악화는 불가피하며, 추세전환과 회복을 위해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금융학과 한 교수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 세계적 불확실성이 은행권을 포함한 금융시장 전반을 어둡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각 은행들은 '수익성 증대'를 하반기 테마로 삼아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저금리 장기화로 순이자마진(NIM)의 획기적 개선이 어려운 만큼 비이자이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결국 하반기 들어 '수수료 현실화' 움직임이 가속화 되리라는 전망이다.
금융연구원 임형석 연구위원은 은행권 수익성과 관련해 "수수료 관련 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비이자이익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면서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아 저금리 환경에서 수익다변화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기업‧국민‧신한‧씨티‧KEB하나은행 등은 올해 들어 ATM 인출‧송금 업무에 대한 수수료를 조금씩 올렸다. 추가적인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하반기에도 이와 같은 움직임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수수료 현실화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금융소비자원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수수료 인상에 대해서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 문제와 관련해 "국내 은행들은 너무 손쉽게 돈을 벌려 하고 당국은 이를 묵인한다"고 비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 또한 "수익성 악화와 구조조정 문제 등 자신들의 위기를 금융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전가시킨다"는 입장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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