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1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자 한화와 재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따라 김 회장과 비슷한 사례로 법정 공방을 펼치고 있는 다른 재벌 총수들의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화가 기존에 추진하던 인수·합병(M&A) 작업이나 대형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이날 김 회장이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원심을 깨고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것과 관련,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한화 관계자는 "오랜 재판으로 인한 경영 위기를 극복함과 동시에 반성과 개선을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내 10대 그룹 총수인 김 회장에 대해서는 실형은 선고해도 최종 판결까지 구속시키지 않고 방어권을 보장할 것으로 봤다"면서 "부실계열사 지원의 피해액이 많지 않고, 최근 경제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오너 부재 상태에서 지난해 비상경영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해 왔던 한화그룹은 빠른 시일 안에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동안 한화그룹에서는 2년여 동안 준비해 온 이라크 신도시 건설 사업, 태양광·보험업 등 동남아시아 신규 사업, 대한생명의 ING 동남아 법인 인수 등에 차질을 빚어 왔다.
이라크 신도시 건설 사업은 국내 건설 역사상 최대 수주로 평가받는 사업이다. 대한생명의 ING동남아법인 인수건도 보험사업을 글로벌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한화 측에선 징역형이 나올 경우 한화케미칼의 이라크 석유화학 공장 건설과 한화건설의 이라크 재건사업 추가 수주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재판부의 판결이 그나마 다행스럽다"며 "기업들의 신규투자는 오너가 결정을 해야한다. 이번 재판부의 판단을 통해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질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민주화를 이유로 기업을 옥죄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재벌엄벌' 기조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2,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부도처리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구자원 LIG그룹 회장 역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오는 14일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선고가 예정돼 있다.
김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은 법정구속된 후 우울증과 패혈증으로 인한 호흡곤란 증세로 서울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며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