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터널' '밀정' 등 기대작 투자 연이어…KEB하나은행도 참여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정말 재밌나요? 흥행할 것 같은가요?"

지난달 26일 명동CGV에서 개최된 '인천상륙작전' 출입기자 시사회 종료 직후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영화 재밌다"고 말한 기자에게 건넨 대답이다. 평단의 혹평 속에서도 주말 예매율 1위를 수성하며 선전하고 있는 '인천상륙작전'의 성적에 권 행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 평론가들의 혹평 속에서도 주말 예매율 1위를 수성하며 선전하고 있는 '인천상륙작전'의 성적에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어느 때보다도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인천상륙작전' 공식 포스터


은행권에서 '영화 투자' 붐이 일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의 잇따른 성공이 업계에 자극을 줬다. 특판예금이 실종된 분위기에서 KEB하나은행은 영화 흥행성적에 따라 금리를 차등하는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하반기에도 기대작 몇 편에 투자를 해둔 상태다. 기술보증기금은 은행권의 출연을 받아 우수 콘텐츠 발굴에 나서고 있다.

2일 은행권과 문화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관객 260만 명을 돌파했다. 유명 영화 평론가들이 일제히 혹평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 예매율 1위를 지키며 얻은 성적이라 의미가 특별하다는 평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개봉 직전 기업은행 내에도 불안감이 많았는데 작품이 공개된 이후 흥행속도가 빨라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는 매달 6~7개가 넘는 시나리오를 직접 검토하며 투자여부를 심도 있게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은행(은행장 권선주)은 '인천상륙작전'과 각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직접투자 약 26억 원에 간접투자 약 10억 원을 지원했기 때문. IBK투자증권 역시 크라우드펀딩으로 참여했다. 그동안 '관상' '국제시장' '베테랑' 등 흥행작에 연이어 투자해 왔지만 '인천상륙작전' 투자액 36억 원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경쟁작인 '부산행'에도 기업은행의 손길이 닿아 있다. 1000만 돌파가 유력한 이 영화에도 기업은행은 15억 원을 투자한 상태다. 이번 달 개봉하는 영화 '터널', 내달 개봉하는 김지운 감독의 신작 '밀정'에도 투자했다. 모두 충무로의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들이라 수익률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영화마케팅이 호조를 보이자 KEB하나은행도 동참했다. '터널'의 관객수에 따라 차등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예금상품을 선보인 것. 오는 9일까지 한정 판매하는 '무비(movie)정기예금'은 영화 '터널'의 관객 수가 1000만 명 미만일 경우 연 1.50%, 1000만 명 이상일 경우 연 1.55%의 금리를 제공한다

시중 은행들의 영화 마케팅은 업계에 큰 자극을 주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한국 영화 성적이 전반적으로 좋다 보니 영화 제작환경에 대해 예전보다 훨씬 큰 관심이 생기는 건 사실"이라면서 "특히 작년 '베테랑'의 흥행으로 기업은행이 240%가 넘는 수익률을 거둔 사건이 큰 화제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술보증기금은 아예 시중은행들과 직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콘텐츠 발굴에 나섰다. 지난 6월 기업은행을 필두로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과 '우수 콘텐츠 발굴 및 금융지원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한 것. 협약에 따라 기업은행은 30억 원, 기타 은행들은 각 10억 원을 특별출연 한다. 기보는 이 금액을 재원으로 우수 문화콘텐츠 제작 기업에 총 3200억 원의 기술보증 우대지원에 나선다.

은행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영화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작년 개봉한 '연평해전'의 경우 자금난으로 몇 번이나 제작무산 위기에 봉착했었다. 기업은행의 투자와 크라우드펀딩 등으로 결국 영화는 무사히 제작을 마쳐 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500만을 돌파한 시점에서 김학순 감독은 기업은행 본점을 직접 방문해 권선주 행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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