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부산 해운대에서 발생한 '외제차 광란의 질주' 사건을 조사하는 해운대경찰서는 가해 차량을 운전한 푸조 승용차 운전자 김모(53)씨가 지난해 9월 울산의 모 병원에서 뇌 질환의 일종인 뇌전증(간질)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1일 밝혔다.
김씨를 치료한 담당 의사는 "김씨는 같은 해 11월부터 매일 2번씩 약을 먹었다. 뇌전증 증세는 하루라도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뇌전증은 뇌기형, 뇌종양, 뇌중풍, 교통사고 등 여러 원인으로 뇌 손상이 발생하면 겪을 수 있는 질환으로, 손상된 신경세포가 불안정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경련을 일으키고 의식 장애를 일으키는 발작 증상이 나타나 운전면허시험 응시결격사유가 된다.
원래 간질이라는 용어로 불렸으나, 간질에 대한 일반인의 오해와 편견이 강해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가 ‘간질’이라는 용어를 ‘뇌전증’으로 변경했다.
김씨는 사고 직전 사고 현장에서 300m 떨어진 곳에서 엑센트 승용차의 뒤범퍼를 들이받는 사고와 사고지점에서 급과속을 하면서 횡단보도를 덮친 과정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이었다는 말만 되풀이하던 김씨는 이날 오후 경찰조사에서 "뇌전증 질환으로 하루 5알씩 2차례 먹었으나 사고 당일에는 약을 먹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해보니 가해 차량이 최소한 100∼120㎞ 속력으로 질주했고 브레이크도 밟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도 뇌전증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씨는 2013년부터 2년간 3차례나 자체 피해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경찰 사고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고 보험 기록만 있는 사고였다.
김씨가 운전을 하면서 보행로를 타고 올라가는 등 비정상적인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당시 사고가 뇌전증 진단을 받기 이전이지만 순간적으로 발작을 일으키는 뇌전증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음주측정을 했으나 음성으로 나왔다.
1차 혈액과 소변검사에서도 음주와 마약 복용 혐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김씨의 혈액과 소변 정밀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 목격자 진술, 사고현장 주변 폐쇄회로TV(CCTV) 등을 확인하고 나서 김씨에 대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경찰은 김씨가 이번 사고로 인한 뇌출혈 등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휴가차 부산에 놀러 온 모자가 참변을 당하는 등 3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다친 사고의 중대성을 고려해 김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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