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은행권에 다시 '스마트 브랜치' 바람이 불고 있다. 4년 전 처음으로 시도된 이래 신한은행이 이달 중 원주와 인천에 각각 스마트 브랜치 1‧2호점을 개설한다. 전통적인 방식의 은행 지점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라 스마트 브랜치가 대안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소비자단체들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일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 1호점을 원주혁신도시 내에 위치한 한국관광공사에 론칭했다. 이달 중 2호점도 인천에 개설될 예정이다. 스마트 브랜치란 통상 은행 직원이 앉아 있는 입출금창구 자리에 디지털 기기가 대신 설치돼 업무를 처리하는 기술융합 방식의 신개념 지점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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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은행은 지난 1일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 1호점을 원주혁신도시 내에 위치한 한국관광공사에 론칭했다. 이달 중 2호점도 인천에 개설될 예정이다. 스마트 브랜치란 통상 은행 직원이 앉아 있는 입출금창구 자리에 디지털 기기가 대신 설치돼 업무를 처리하는 기술융합 방식의 신개념 지점을 의미한다. /신한은행 |
은행권의 스마트 브랜치 실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2011년부터 '스마트 브랜치'는 은행권의 유행어였다. 그 시기 국내 여러 은행들은 앞 다퉈 스마트 브랜치를 주요 거점 지역에 개설했다.
결과는 성공과 거리가 멀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그 시기에 대해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이 휴대폰 업계의 패러다임을 순식간에 바꾸는 등 '변화'라는 화두가 모든 방면에서 부각되던 때였다"면서도 "스마트 브랜치의 경우 혁신 속도가 너무 빨라 소비자들과 불협화음을 낸 케이스"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이질감을 끝내 없애지 못한 상황에서 거점 지역에 공간을 내다보니 임대료가 고스란히 은행들의 부담으로 되돌아 온 것.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이 부문에도 양극화가 있다"면서 "디지털 브랜치에서 자유롭게 업무를 볼 정도로 신기술에 친숙한 소비자들은 모바일로도 웬만한 업무를 다 처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디지털 브랜치는 온‧오프라인의 간극에서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인식됐던 것.
이와 같은 실패를 만회하려는 듯 신한은행은 새롭게 오픈한 디지털 브랜치에 많은 변화를 줬다. 일반 은행지점 축소에 따른 고객 불편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신한은행은 굳이 '무인'을 지향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이번에 오픈한 디지털 브랜치에는 기존 무인점포보다 훨씬 많은 총 4명의 상주직원이 고객들을 응대한다. 2명은 전문 상담역, 1명은 입출금 데스크, 나머지 1명은 디지털 키오스크에 대해 고객들에게 '설명'을 해주는 역할이다. 즉 다음에는 혼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돕는 인원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셀프 주유소에도 처음 온 손님들을 안내하는 직원이 있는 것처럼 디지털 브랜치에 대해서도 아직은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일반 점포와 비교하면 혁신적으로 줄어든 인원만으로 서서히 디지털화(化) 해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드러냈다. 어차피 전통적인 방식의 오프라인 은행 점포가 서서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디지털 브랜치가 변화의 '과도기'를 주도하도록 유도한다는 심산이다.
주사위는 고객들에게 넘어갔다. 이와 같은 변화를 실제 고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따라 디지털 브랜치의 성패는 좌우된다. 여전히 번호표를 뽑고 대기를 한 뒤 은행원과 직접 면 대 면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만족하는 고객들이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에 디지털 브랜치 정착을 위해서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소비자원 한 관계자는 "디지털 브랜치를 말하기 이전에 이미 ATM에 대해서도 기계에 친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이 송금을 잘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면서 "대부분 환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기기작동이 서투른 노년층 소비자들은 큰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디지털 브랜치 정착과 확산을 위해서는 은행권의 비용절감 노력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형국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현재로서는 변화에 따른 부담을 전부 소비자가 안고 있어 감독당국과 은행들이 제도적‧기술적 측면에서 소비자 눈높이에 좀 더 맞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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