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인정시 무조건 징역형…폭행시점 불분명 인한 증거불충분 차단 목적
[미디어펜=이상일 기자]청주 '축사노예' 사건에 대한 수사 막바지에 경찰이 피의자인 농장주 부부에게 최종 적용한 주 혐의는 '형법상 중감금'이다. 당초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지만 중감금으로 변경 적용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건을 맡은 청주 청원경찰서는 지난 1일 피해자 고모씨(47·지적 장애 2급)를 소 축사 쪽방에서 지내게 하며 19년간 무임금 강제노역을 시킨 혐의로 농장주 김모씨(68)와 오모씨(62·여) 부부에게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적용한 혐의는 장애인복지법 위반과 근로기준법 위반,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위반 등 3가지다.

하지만 검찰은 고씨와의 면담을 통해 혐의점이 더 두드러진 오씨에 대해서만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용 법률 중 장애인복지법을 형법상 중감금으로 변경했다.

법원 역시 검찰의 판단을 받아들여 오씨의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이 중감금 혐의를 적용한 것은 크게 2가지 이유로 해석된다.

먼저 형량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김씨 부부의 죄질을 중하게 봤다는 얘기다.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에게 폭행을 가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상해가 인정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강화된다.

반면 사람을 감금해 가혹 행위를 했다는 의미의 형법상 중감금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단형의 범주에 벌금형이 없다.

유죄가 인정되면 무조건 징역형이 내려지는 것이다.

전자보다 후자의 법 적용이 보다 포괄적이라는 점에서 김씨 부부의 처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법률 적용을 바꾼 배경으로 보인다. 

경찰은 고씨의 머리에 난 수십 개의 '개방형 상처'와 '주인에게 맞았다'는 고씨의 일관된 진술을 토대로 김씨 부부의 폭행 및 학대 혐의를 확신하고 있다.

다만 판례로 봤을 때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려면 통상 폭행 또는 상해 시점이 명확해야 하는데, 병원 치료 기록이 없어 정확한 폭행 시점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씨 부부를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을 때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반면 형법상 중감금은 폭행 시점이 불분명하더라도 정황상 폭행 사실이 입증되면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

폭행 혐의를 부인하는 김씨 부부의 처벌을 끌어내야 하는 검찰 입장에선 가능성이 높은 형법상 중감금 혐의를 택하는 게 당연한 선택이다.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한 경찰은 이달 8일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과 검찰은 지적 장애인의 진술이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사례도 있지만, 고씨의 경우 김씨 부부의 폭행 사실을 일관되게 언급하는 만큼 이들의 엄벌을 자신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구속된 오씨를 집중적으로 추궁, 기소 전까지 혐의 입증 자료를 최대한 많이 확보할 계획이다.

고씨가 인신매매를 당해 김씨 농장에 오게 됐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공소시효가 지나 죗값을 묻기는 어렵지만, 처벌 여부와 상관없이 사실관계는 확인하겠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고씨는 1997년 여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김씨의 농장으로 왔다.

고씨는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며 소 40~100여마리를 관리하는 무임금 강제노역을 당했다.

그는 지난달 1일 밤 축사를 뛰쳐나온 것을 계기로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그리운 가족의 품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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