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경찰이 출근길 음주단속은 물론 7~8월 휴가철 대낮 음주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이후 일부 지역은 적발 건수가 줄었지만, 휴가지 대낮 음주 운전은 여전히 위험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오후 7시23분쯤 전남 광양시 봉강면 성불계곡 입구에서 음주 운전이 적발된 40대 남성의 혈중 농도는 0.148%에 달했다. 이 남성은 계곡에서 일행과 술을 마시고 내려오다 경찰에 적발됐다.
3일 오전 8시26분쯤에도 강원 강릉시 경포대 인근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73% 상태로 운전한 남성이 경찰에 적발됐다. 그는 휴가차 전날 강릉에 있는 친척 집에 방문해 음주한 뒤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주대낮에 음주단속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음주를 하거나, 수 시간이 지나 술이 깼을 것이라고 자신하며 운전대를 잡는 운전자들이 부지기수다.
실제 지난 7월 한 달간 전남에서 적발된 음주 운전 775건 중 낮 12시~오후 6시 사이 적발 건수가 82건에 달했다.
지난해보단 적발 건수가 줄었지만, 음주 적발에 포함되지 않는 훈방(0.05% 미만) 사례가 상당수로, 실제로 음주 운전 자체가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한다. 또 '반주 한 두잔 정도는 괜찮다'는 인식으로 면허 정지 수치가 나오고도 재측정을 요구하거나 항의하는 운전자도 많다.
전국 유명 해수욕장 등 주요 관광지나 축제장 주변은 대대적인 단속을 벌일 경우 차량정체가 악화할 수 있어 주 1~2회만 일시적으로 '스팟 단속'을 하고 있음에도 적발 건수가 상당하다.
부산의 해운대와 광안리 해수욕장, 금정구 산성마을, 오륜대, 사하구 을숙도 주변에서 주간 음주단속을 하고 있으며 지난 한 달간 38건이 적발됐다.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주변도 매주 1회 불시 주간단속이 이뤄지며 매번 2∼3건이 적발되고 있다.
시야 확보와 차량 소통이 원활한 낮 시간대에 발생하는 음주사고는 다중 추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비교적 낮지만 고속으로 부딪혀 심각한 인명피해를 내기도 한다.
지난달 3일 오후 2시30분쯤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연곡리에선 만취한 60대 남성이 몰던 투싼 승용차가 도로를 역주행하다가 마주 오던 갤로퍼 차량과 정면 충돌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를 낸 남성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0.132%였다.
지난달 경기북부 지역에서 매일 낮 12시∼오후 6시 사이 적발된 음주운전 건수는 111건에 달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7일까지를 '휴가철 특별 교통관리'기간으로 정하고 가평과 포천 등지의 유명 산·계곡 일대에 30분 안팎의 무작위 단속을 하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도 지난 6월 일가족 사망사고 이후 단속 장소를 기존 9곳에서 20곳으로 늘리고 피서철을 맞아 지난달 21일부터는 강화도, 영종도, 영흥도 일대에서 낮 시간에 무작위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달 21일부터 최근 2주간 낮에만 21명이 적발됐다. 경기남부에선 지난달 주간(오전 9시~오후 6시) 음주단속 건수가 479건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290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대낮 음주단속'이 늘어나면서 요식업과 대리운전업계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광양 옥룡계곡 등의 일부 식당은 음주단속 강화에 따라 예약한 손님들을 승합차로 이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남 순천의 한 대리운전 업체는 올여름 낮 시간 대리운전 요청(콜)이 5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순천, 여수, 광양을 중심으로 24시간 운영하며 하루 1000건이 넘는 콜을 소화하고 있는 이 업체는 지난해 여름 휴가철부터 올해 5월까지는 낮 시간 콜이 평일 20건, 주말 30건 수준이었으나 경찰의 단속 강화 발표 이후 평일 30건, 주말 50건 이상으로 늘었다.
업체 측은 "전체 콜 기준으로는 여수 수요가 가장 많고 순천, 광양 순이나 낮 시간 콜은 관광지인 여수 돌산, 광양 봉강 쪽에서 주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광양 시내의 또 다른 대리운전 업체 관계자도 "원래 오후 6시 이전에는 콜이 거의 없었으나 두 달 전부터 오후 3시 전후로 서너 건씩 들어온다. 대부분 음식점에서 부른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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