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지난 주말 전남 여수에서 열린 바다수영대회에서 2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 여수해경이 사망자의 정확한 사인을 가리고자 부검을 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해경은 특히 이번 사고의 원인이 대회 주최 측의 부실한 안전관리 때문인지 여부를 가리는 데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8일 해경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12시 48분께 여수시 소호동에서 열린 '제9회 여수 가막만배 전국바다수영대회'에 참가한 강모(64)씨와 조모(45·여)씨가 1㎞ 구간 바다수영을 하던 중에 5분여 간격으로 각각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해경은 사고 직후 사망자를 발견한 사람과 목격자 등을 상대로 당시 사고 상황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
또 유가족을 상대로 사망자의 평소 건강상태 등 조사를 벌이고 수영동호회 회원들의 진술서도 받았다.
해경은 이날 의사 검진에서 '사인 미상'으로 나온 조모(45·여)씨에 대한 부검을 벌여 정확한 사인을 가릴 방침이다.
해경은 특히 유족과 언론에서 제기한 주최 측의 안전관리 부실에 대한 의혹을 확인하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족과 대회 참가자들은 그동안 이번 사고가 주최 측의 안일한 대회 진행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수영대회에서 가장 기본인 준비운동도 시키지 않고 경기를 진행한데다 애초 3개 팀을 30분 단위로 출발시키도록 예정된 것을 시간을 단축하려고 5∼20분 간격으로 출발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이 때문에 한 팀에 100여명에 이르는 선수를 관리해야 하는 안전요원들이 한꺼번에 수백 명이 오가는 상황에서 정확한 안전관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에 주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출발하는 사람과 되돌아오는 사람이 뒤섞여 서로 부딪치는 사례도 나타나 자칫 더 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해경은 특히 10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바다수영대회에서 단 1대의 구급차와 심장 제세동기만 대기한 점이 사망사고를 불렀는지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실제로 두번째 사망자인 조씨의 경우 보트에 실려 온 뒤 가족들이 "심장 제세동기를 가져오라"고 소리쳤지만 구급차가 앞서 탈진한 강씨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바람에 119가 출동할 때까지 20∼30분을 허비해야 했다.
이에 따라 해경은 조씨에 대한 부검에서 사망 원인을 밝혀 대회 주최 측의 과실 여부를 가릴 방침이다.
여수해경 관계자는 "유가족과 참고인 등의 진술을 토대로 사망 원인과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주최 측의 안전관리 대책 등에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나서 대회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