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 등급도 상승…"실물경제와는 별개" 지적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8일 대한민국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전격 인상했다. 이로써 한국은 영국‧프랑스‧벨기에 등 유럽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고 중국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얻게 됐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금융기관 전반적으로 신용등급이 올라가자 정부와 금융당국은 반가운 기색이다. 그러나 경제 현실을 전체적으로 감안했을 때 '불행 중 다행'일 뿐이라는 시선도 없지 않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S&P가 대한민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전격 인상했다. S&P의 신용등급은 총 21개로 나뉘는데 이 중에서 AA는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S&P가 대한민국에 대해서 매긴 역대 등급 중 가장 높은 레벨이다. 

   
▲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대한민국 신용등급 상향조정에는 50개월 넘게 흑자를 기록 중인 경상수지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다만 이는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것일뿐 실물경제와는 별개'라는 지적도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지도국을 의미하는 G20 가운데 S&P 기준으로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곳은 독일‧캐나다‧호주(이상 AAA), 미국(AA+) 등 4개뿐이다. G20 바깥에서 찾아봐도 싱가포르와 홍콩 정도가 있을 뿐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위상이 올라갔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S&P 측은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린 이유에 대해 2~3%의 꾸준한 경제성장률, 단기 채무 비중이 줄고 장기 채무 비중이 커져 대외부문 지표가 개선된 점 등을 꼽았다. 실제로 대한민국 경상수지는 50개월 넘게 흑자를 기록 중이며 외환보유액도 사상 최고 수준이라 경제 안정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다. S&P는 2019년 무렵 한국의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덧붙여 9일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상향 조정하고 기업은행 등 4개 금융공기업과 신한‧국민‧우리‧대구‧부산은행 등 은행들의 신용등급도 한 단계씩 올렸다. S&P는 "국가 신용등급 상향을 반영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경제 분야에서 뜻밖에 찾아온 낭보에 정부는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세계 경제 전체적으로 국가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추세 속에서 대한민국 신용등급이 올라간 것은 이례적이고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다른 관계자는 "한국 내부의 사정에만 골몰하면 상황이 매우 안 좋은 것 같지만 세계인들의 눈은 다르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라면서 "한국경제 내부적으로 기업 구조조정 등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돌파해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번 신용등급 상승에 따라 자본시장에서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당분간 계속 양호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내다봤다. 단, 원화의 추가 강세 압력이 작용해 수출기업들의 향후 실적 증가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이번 신용등급 상승에 대해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이번 신용등급 상승에 대해 "실물경제 부진과는 별개의 이야기"라고 선을 그으면서 "쉽게 표현하면 빚을 갚을 수 있는 여력이 올라갔다는 의미"라고 말햇다. 

이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올라간 자체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경제 상황을 전반적으로 보면 불행 중 다행인 수준"이라면서 "지나친 확대해석은 금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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