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전 인하해야"…S&P 신용등급 상승도 '인하' 압력
[미디어펜=이원우 기자]8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기준금리 추가인하' 예측이 나오고 있다. 미 연준이 금리인상에 나서기 전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시중 주요은행들은 수익성 악화를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한국의 신용등급 상승 또한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1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현행 연 1.25%인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4월 7인의 멤버가 새롭게 꾸려진 뒤 6월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던 금통위는 지난 7월 회의에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 결론을 냈었다.

   
▲ 8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기준금리 추가인하'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권 안팎에선 연내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예측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제14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7인 중 한 명은 "이번엔 (기준금리를 현 상태로) 유지하더라도 향후 통화정책은 완화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만간 기준금리가 하향조정될 가능성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한 가지 중요한 변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책정이다. 현행 연 0.25∼0.50%인 연방기금 금리가 올해 안에 0.50∼0.75%로 0.25%p 올라갈 가능성은 올해 내내 제기돼 왔다. 특히 미국 고용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길었던 금리인하 기조가 드디어 종언을 구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아진 상태다.

소규모 개방경제이자 비(非) 기축국인 한국으로서는 미국 연준의 움직임과 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이 금리인상 기조를 시작할 경우 한국만 금리 '인하'에 나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은 금통위로서는 미 연준이 움직이기 전에 먼저 금리인하를 해야 하는 '눈치게임'을 벌여야 하는 셈이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한은 금통위가 시도할 수 있는 기준금리의 하한은 연 1.00% 정도로 보고 있다"면서 "현재 수준에서 25bp 정도, 그러니까 한 차례 정도 더 내릴 여력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단, 기준금리가 실제로 변동되는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항간에는 미국의 '12월 금리인상 시나리오'가 떠돌고 있다. 연내(年內)이면서도 경제지표들의 흐름을 여유 있게 볼 수 있는 마지막 달에 미 연준이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의미다. 이 계산에 의거해 역으로 추정하면 한은 금통위는 9~10월 무렵 선제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계산에 의하면 오는 10일에 개최되는 8월 금통위는 일단 '동결'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 금통위 멤버들의 경우 첫 금통위였던 5월 회의에서 '만장일치 동결'을 결의한 뒤 바로 그 다음 달인 6월 회의에선 '만장일치 인하'를 결의하는 등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측의 논리는 '경기부양'이다. 2011년 연 3.25%까지 올라갔던 기준금리가 현재 1.25%까지 내려왔음에도 내수경기는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또한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가며 시중 자금을 순환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만큼 저금리 기조가 조금 더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제금융센터 김경빈 연구위원은 "확장적 재정정책이 성장률에 미치는 효과는 집행 이후 1년간 점차 확대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추경이 성장률 제고와 금융시장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난처한 표정이다. 이미 '역대급 저금리' 시대 장기화로 인해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된 상황인데 추가인하까지 단행될 경우 수익성은 더욱 나빠지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 문병준 연구위원은 "저금리 기조는 가계와 중소기업의 대출수요 부진을 초래함으로써 은행들에게 또 다른 수익성 저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은행권 하반기 실적은 상반기만큼 좋게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S&P(스탠다드앤푸어스)가 대한민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상향조정한 것도 금리인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당분간 호조세를 보이면서 원화의 추가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수출기업들의 향후 실적 증가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하반기 적어도 한 차례 이상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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