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경기 안성 부부 피살 후 방화사건은 현직 소방관이 도박 빚을 갚기 위해 강도짓을 하려다가 벌인 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안성경찰서는 10일 소방관 최모(50)씨를 살인 등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최씨는 지난 1일 오전 3시께 안성시 A(64)씨의 집에 침입, A씨와 부인(57)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집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최근 최씨가 도박빚에 시달린 사실과 최씨가 연행 과정에서 "돈을 빼앗으러 A씨 집에 침입했다가 싸움이 일어나 살해했다"고 자백한 점 등으로 미뤄, 도박 빚을 갚기 위해 강도행각을 벌이다가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가 범행에 이용한 흉기와 둔기는 A씨 집에서 직선거리로 200m가량 떨어진 도로변에서 발견됐다. 흉기 등에서는 혈흔반응이 나왔으며,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또 최씨가 범행 당시 입고 있었다가 인근 야산에 묻은 옷도 수거했다.

최씨는 당초 A씨 집 화재 상황을 처음 신고한 이웃으로, 10일 오후 4시 50분께 아파트 옥상에서 제초제를 마시고 투신하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최씨 가족으로부터 자살의심 신고를 접수, 최씨 차량을 추적해 안성의 한 복도식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최씨와 대치했다.

최씨는 제초제를 마신 뒤 경찰의 설득을 무시하고 아래로 뛰어내렸으나 14층 복도에 걸렸고, 재차 뛰어내렸다가 13층 복도에 걸려 목숨을 구했다.

최씨가 투신 장소로 선택한 이 아파트는 최씨와 별다른 연고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최씨를 체포한 뒤 일단 충남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겼으며, 최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수사망이 좁혀오자, 심적 부담을 느껴 이날 연차를 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최씨가 남긴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에는 범행을 시인하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국과수에 의뢰해 A씨 부부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사인은 경부 다발성 자절창으로 추정되며, 이 중 A씨 부인은 둔기에 의한 두부 손상도 사인으로 보인다"는 소견이 나왔다.

앞서 A씨 부부는 1일 오전 3시 5분께 안성시 소재 불이 난 자택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거실에서 발견된 A씨 시신에는 목, 가슴, 겨드랑이 등 4차례에 걸쳐 흉기 상흔이 있었고, 안방에서 발견된 그의 아내 시신에는 목 부위 흉기 상흔과 머리에 3차례 둔기 상흔이 발견됐다.

경찰은 부부의 시신을 검시한 결과 호흡기에서 질식사한 경우 발견되는 매(그을음)가 극소량 발견되거나 아예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미뤄, 부부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뒤 집에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수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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