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사법제도의 변화가 은행권 대고객 영업에 판도 변화를 만들고 있다. 이른바 '김영란법'은 물론이고 '은행법 개정안' 또한 은행권 영업에 많은 제약을 만들고 있다. 은행권은 과거의 '영업맨'들을 현장에 복귀시키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어 법의 취지가 현실에서 효력을 발휘할 것인지 우려하는 의견도 나온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개정된 은행법 제34조 2항에는 '불건전 영업행위의 금지' 내용이 신설돼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조항은 은행 고객(이용자)들에게 '정상적인 수준'을 초과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이 '은행판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
 |
|
▲ '김영란법' '은행법 개정안' 등 사법제도 변화가 은행권 대고객 영업에 판도 변화를 만들고 있다. /미디어펜 |
추가적으로 제29조 3항에서는 3만원을 초과하는 물품이나 식사를 제공할 경우나 20만원을 넘는 경조사비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준법감시인에게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날 한 매체는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은행이 고객에게 일정 금액 이상의 재산상 이익 제공시 제공자‧제공날짜‧목적‧내용‧금액, 수령자 이름과 생년월일까지 (금융감독원 내) 준법감시인에게 보고토록 하여 은행권의 대고객 영업이 어렵게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내용에 대해 즉각 금감원은 보도 해명자료를 내고 "준법감시인에게 보고하는 구체적인 항목은 각 은행이 내부통제 수준을 감안하여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면서 "금융감독원에서 별도로 보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해당 조항이 은행권 영업에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내달 하순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과 맞물려 영업현장의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법안 시행 초기라 많은 혼란이 있다"면서 "특히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에는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고액 자산을 굴리는 개인금융(PB) 고객들에게 각종 세미나와 문화공연 등을 제공하면서 판촉 활동을 벌여왔지만 이제 그 전략을 자유롭게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생긴 것.
특히 김영란법의 경우 적용 대상자들의 '배우자'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어 영업 현장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렇다고 접대를 아예 안 할 수는 없는 만큼 다양한 변칙 수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은행권에서는 과거 영업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영업맨'들을 다시 현장에 복귀시키는 방안이 심각하게 검토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고객들의 '복잡한 인간관계'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베테랑들의 가치가 재평가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법 개정 이후 '고객들과 밥 한 번 먹기도 부담스럽다'는 푸념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미 고객들과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영업 인력들은 훨씬 수월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영란법과 은행법 개정안의 본래 취지인 '청렴한 사회 만들기'가 과연 의도대로 달성될 수 있을 것인지 논란의 소지가 생긴다. 공사 구분의 명확한 경계를 만들기 위해 법까지 만들어서 시행하는 것임에도 정작 현장에서는 '과거 관행'에 익숙한 사람들이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딜레마가 도출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김영란법의 취지에 찬성한다고 밝히면서도 "성매매 특별법이나 각종 부동산 규제의 역사를 보면 법안의 본래 취지와 다르게 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김영란법의 경우에도 지금은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