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재현 기자]이겼지만 개운하지 않았다. 8강을 확정 지은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예선 최약체 카메룬을 상대로 불안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8강전을 걱정스럽게 했다.

한국대표팀은 14일 밤 11시35분(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에서는 여자 배구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 카메룬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완승하며 A조 3위로 8강전 진출을 확정지었다.

   
▲ 12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하계올림픽 여자배구 조별리그 A조 4차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에서 김연경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뉴스1

한국대표팀은 1세트 25대15, 2세트 25대22, 3세트 25대20을 기록했다. 경기 결과는 이겼지만 과정 속 불편함이 있었다.

이미 8강전에 진출한 한국대표팀은 카메룬전에서 1세트만 따내도 A조 3위를 확정지을 수 있는 까닭에 예선전에 뛰지 않던 선수들을 고루 기용하면서 8강전을 대비한 모습을 보였다.

김연경, 양효진, 박정아, 김수지 등이 득점에 성공하며 매 세트마다 경기를 앞서갔다. 카메룬도 생각보다 강햇다. 높은 블로킹 벽에 때때로 한국팀은 막혔고 간간히 나온 서브 에이스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경기는 앞서가고 있지만 불안한 리드를 이어갔다. 3세트에서는 오히려 초반부터 뒤쫒아가는 형국을 그렸다.

이정철 대표팀 감독은 한국의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간혹 TV중계에 잡힌 이 감독의 표정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같은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리시브에서 찾을 수 있다. 카메룬이 서브에이스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나름 잘해서 일지 몰라도 볼에 대한 집중력이 에선전에서 보여줬던 그것이 아니었다.

리시브가 불안하니 공격이 제대로 될리 만무하다. 불안한 리시브에 세터의 토스는 시종일관 속도감이 떨어졌다. 안일한 공격 패턴은 상대의 블로킹에 막혀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했다.

여기에 맏언니 이효희 세터의 다양한 공격 패턴을 잃은 운영능력에 의문이 들었다. 센터를 이용한 속공은 지켜볼 수 없었고 좌우 주공격수와 보조공격수만에게만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다. 물론 리시브 불안에서 출발한 토스의 다양성을 기대할 수 없지만 노련한 경험을 토대로 경기운영을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 범실을 줄여야 한다. 한국팀은 카메룬전에서 불안한 리드를 보여줬던 요인 중 하나가 범실이 잦았다는 것이다. 8강전부터는 토너먼트 방식의 경기인 만큼 실수는 패배와 직결된다. 또한 경기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불안한 요인이다. 카메룬 전에서도 한국대표팀의 범실 후 계속되는 실점에 동점 또는 역전까지 제공하는 빌미가 됐다.

만일 카메룬이 한국과의 경기에서 수많은 범실을 줄이거나 없앴다면 분명 한국팀은 어려운 경기를 펼쳤을 것이고 어쩌면 패배를 할 수 있는 위기를 맞았을 것이다.

카메룬전에서 노출된 약점들과 불안요소를 슬기롭게 줄이기 위한 묘수를 찾아야 한다. 이정철 감독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이 감독은 작전 타임 때 선수들에게 "쉬운 경기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리시브가 불안하면 주변에서 커버를 준비해야 한다"며 배구의 기본을 각인시키기도 했다.

한국대표팀은 이번주 수요일 네덜란드와 세르비아의 승자와 8강전을 펼친다. 8강까지 어려운 고비를 넘으며 여기까지 왔다. 조금만 더 가면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다.

강한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 끝까지 살아남아 무더위에 지친 국민들의 시원한 청량제 역할을 해주기 기대해본다.

그동안 한국대표팀이 흘린 땀과 눈물의 결실을 맺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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