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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
중국을 극복하는 길
오늘날 한국과 한국 경제의 미래는 풍전등화와 같은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국제정치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힘든 줄타기를 해야 하고 남북관계는 북한의 도발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경제는 기업 투자의 해외 탈출로 인한 내수 침체에 수출 경쟁력 하락까지 겹쳐 수입`수출이 모두 감소하는 축소균형 속에 경상흑자가 쌓이지만 일자리는 늘지 않고, 경제 성장의 장기 침체와 소득분배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 아주 극소수를 제외한 대기업들의 성장마저 정체되어 자본주의 경제를 이끄는 기업생태계가 전혀 성장 동력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지난 30년 가까이 지속되어온 잠재성장률 저하와 소득분배 악화 현상은 개선될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심히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이 이젠 우리의 수출시장을 넘어 오히려 경쟁자로 급속히 부상하면서 조만간 우리 경제가 거대한 중국 경제 물결에 함몰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사드 문제와 관련하여 도를 넘은 중국의 오만함 때문에 마치 지난 조선조까지의 중국 제국주의 망령이 되살아난 듯한 느낌이다.
여기에 국내 일부 정치인들이나 지식인들마저도 부화뇌동하여 과거의 대중 사대주의적 발언과 생각들을 내놓고 있다. 4강의 견제 속에서도 당당히 남북통일을 이루고 세계 일류국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몇 배는 더 노력하고 더 성장하고 더 강해져도 모자랄 판인데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노력과 성장을 얘기하는 것이 마치 이단아 취급을 받고 있으니 50여 년 중국을 앞섰던 시간은 그저 찰나의 남가일몽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오늘날 우리가 일본은 물론 중국으로부터도 가볍게 취급당하는 이유가 단지 국제정치 역학관계에 대한 관리 미흡 때문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경제 관리 역량에 대한 평가절하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쩌다 한국과 한국 경제는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가? 답은 아주 간단해 보인다.
한국은 지난 30여 년 동안 선진국 문턱에 이르기도 전에 계속해서 사회주의 이념을 실현하겠다고 애를 써 온 반면, 선부론(先富論)의 자본주의 이념을 앞세운 중국은 자칭 사회주의 시장경제라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더 역동적인 자본주의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제도하에서도 재산에 대한 소유권보다 사용권을 허용하는 것이 훨씬 더 강력한 부의 축적 동기를 자극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불투명성과 부패, 정경유착 등이 항상 비판을 받지만 바로 이것이 녹슨 사회주의제도의 윤활유 역할을 하면서 30년 넘게 세계 최고의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마저도 한국이나 서구의 인기영합적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당당히 중국식 협의민주주의를 내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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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한국과 한국 경제의 미래는 풍전등화와 같은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국제정치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힘든 줄타기를 해야 하고 남북관계는 북한의 도발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사진=연합뉴스 |
한편 한국은 1인당 소득이 5천달러도 안 되는 1980년대부터 국가 균형 발전 이념을 높이 들고 사회주의 이념에 물든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도입하기 시작하였고 80년대 말 정치민주화 이후에는 인기영합적 정치가 모든 경제정책 결정을 주도하기 시작하였다.
오늘날 수도권 규제, 대기업 특별규제, 중소기업 평등지원, 교육 평준화 및 평등 지원, 수월성을 훼손하는 과학기술과 R&D 부문에 대한 평등 지원, 성장의 유인을 차단하는 보편적 복지정책 등 사회 모든 부문에 평등주의적 규제와 지원이 보편화되었다.
필자는 이런 현상을 평등의 정치 이념이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경제의 정치화’라 지칭한 바 있다. 경제는 항상 차등과 다름을 기초로 부를 창출하려 하지만 민주정치는 항상 부의 창출보다도 평등 분배를 지향한다. 그래서 과잉 민주주의는 항상 사회민주주의를 가져오고 경제의 정체와 심지어 양극화를 초래한다.
사회주의의 말로가 바로 경제 몰락과 모두의 빈곤화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주의 방식으로 한다고 해서 사회주의 이념이 실현될 수는 없는 일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 다수가 사회주의 평등 이념에 깊숙이 물들어 있고, 여의도 정치권은 끝없이 평등주의적 경제정책 왜곡을 재생산해 내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 경제 어려움의 원인이다. 세계 최고의 동반성장을 이룬 개발연대는 흥미롭게도 정치의 경제정책 왜곡을 차단한 ‘정치의 경제화’ 시대였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이 글은 매일신문 [이른 아침에] 코너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좌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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