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증권사 2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그간 우려로 떠돌던 주가연계증권(ELS) 자체헤지 손실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ELS에 대해 보다 엄격한 회계기준을 적용하거나 관련 손실 규모에 대해 함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연결기준 올 2분기 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지난 11일 공시했다. 매출은 9589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오히려 7.7%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에 93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현대증권의 발목을 잡은 것은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관련 ELS 자체헤지 비용. 홍콩H지수 ELS를 발행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배당 예상치를 기준으로 ELS 가격을 책정하는데 배당 예상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평가 손실이 커진다.
자체헤지는 ELS를 발행한 증권사가 직접 채권이나 예금, 주식, 파생상품 등을 매매해 리스크를 회피하는 방식이다. 외국계 금융회사와 장외파생거래를 맺어 기초자산 가격변동 리스크를 계약 상대방에게 이전시키는 백투백(Back-To-Back)헤지에 비해 운용마진은 높일 수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를 증권사가 떠안게 된다.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올 상반기 502억원 규모의 파생결합증권 관련 손실을 기록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증권은 올 2분기는 H주 ELS 자체운용 부문에서 배당 예상치를 하향조정하면서 평가손실 약 350억원이 발생했다”며 “현재 ELS 잔고 5조8000억원 중 2조2000억원이 자체헤지로 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홍콩H지수 급락으로 자체헤지에서 손실이 발생한데다 ELS에서 대규모 녹인(원금손실 구간 진입)이 발생하면서 평가액이 떨어졌다”며 “KB금융지주에 인수된 이후 보수적인 회계기준을 따르다보니 다른 증권사에 비해 손실규모가 커진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ELS를 평가하는 여러 가지 회계기준이 있는데, KB지주가 가장 보수적인 쪽을 선택하면서 일시적으로 손실이 커진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사실 ELS로 인한 증권사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은 지난해와 올초 홍콩H지수 폭락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꾸준히 제기됐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ELS 자체헤지 손실로 지난해 3분기부터 적자전환해 올 상반기에 191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수익구조가 다변화되지 못하고 ELS로 쏠리면서 다른 증권사에 비해 손실 규모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올 상반기 2조6741억원을 발행하면서 증권사 중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증권사인 NH투자증권 역시 관련 손실에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2분기 87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비교적 선방했지만 아직 공‧사모 ELS 발행잔액이 9조원을 넘어서고 있어 언제 ‘손실 폭탄’이 터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애당초 1205억원 정도로 추정되던 ELS 관련 손실 규모도 경영지원본부 회의를 통해 정확한 손익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변경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ELS로 모집된 자금이 각 부서로 흩어져서 운용되기 때문에 정확한 손실규모는 파악하기 어렵다”며 “이는 다른 증권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증권이 올 2분기 연결기준 전년 대비 61% 감소한 680억의 영업이익 기록했고 같은 기간 미래에셋대우의 영업이익도 536억원으로 65% 급감하는 등 ELS를 둘러싸고 증권사들은 당분간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의 공‧사모 ELS 발행잔액은 5조2421억원, 미래에셋대우는 8조6538억원에 달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ELS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더욱 거세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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