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재현 기자] 한국여자배구가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 고배를 마시고 메달행진을 멈췄다. 국민들과 한국배구 팬들은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했다. 때로는 분노했다. 일방적인 패배에 한국 배구를 폄하하는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그 독화살은 박정아를 정조준했다 .

한국대표팀은 16일 오후 10시(한국시간)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브라질 리우의 마라카낭지뉴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네덜란드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1대3으로 패하며 메달행진을 멈췄다.

   
▲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16일 오후 10시(한국시간) 리우올림픽 8강전에서 네덜란드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1대3으로 패하며 메달행진을 마쳤다./뉴스1

한국팀은 3세트(25대23)을 따냈지만 첫세트(19대25)와 2세트(14대25), 4세트(대25)를 내줬다.

한국대표팀의 패인은 불안한 리시브였다. 예선에서도 지적된 문제점이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강했다. 강력한 서브는 한국팀의 리시브를 무너뜨렸다. 리시브가 안되느 연타 공격 위주의 공격에 상대 블로킹은 상대적으로 쉽게 대응했다.

4세트에서 김연경의 연속 득점으로 반전의 기회를 만드려고 했지만 중요한 시점에 범실이 화를 불렀다.

일부 언론들은 박정아의 서브리시브가 패배의 원인으로 꼽았다. 또 박정아를 계속 기용한 이정철 대표팀 감독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왜 박정아를 기용해 패배의 싹을 끊지 않았느냐며 이정철 감독과 함께 싸잡아 비난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일부 언론의 객관적이지도 근거도 없는 허접한 평가에 동조했다. 트위터에서는 "박정아 선수가 컨디션이 안좋고 제실력 발휘를 못할수도 있지 센슈를 깔게 아니라 그런선수를 교체안한사람을 까야지", "박정아 패배요인..혼자 한세트 가까운 점수를 상승분위기마다 실점으로 말아먹었는데 교체안하는게 신기함.둘이 뭔사이인가? 토토하나? 별생각이 다 들정도로 박침" 등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물론 박정아의 마녀사냥은 지나치다는 동정론도 나왔다. 결국 박정아 인스타는 폐쇄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박정아는 예선전에서 득점과 서브에이스로 경기 중요한 시점에 단비와 같은 활약을 펼쳤다. 브라질과의 예선전 박정아는 외로운 김연경을 대신해 4세트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

브라질전도 마찬가지로 리시브 불안에 한국은 분루를 삼켰다. 아니 브라질의 서브가 강력했다. TV 브라운관의 평면 화면에서 보는 것과 달리 실제 서브의 움직임은 상당하다.

세계랭킹 상위권 선수들의 서브는 가공할 만하고 위력적이다. 물론 강력 서브를 받아야 하는 선수들도 프로선수이자 높은 기량을 갖추고 있지만 순간순간 변화무쌍한 리시브를 받기는 결코 쉽지 않다.

박정아의 서브 에이스는 브라질전 4세트에서 김희진의 블로킹과 함께 위력을 떨치며 5점 뒤진 상황에서도 뒤쫒아가는 저력을 발휘했다. 브라질도 박정아의 서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실수를 연발했다.

네덜란드와 8강전에서 박정아는 1세트 김연경에 뒤를 잇는 공격성공률을 보였다. 3세트에는 서브 에이스 2개를 성공시키며  한국대표팀 승리에 일조했다. 4세트에서는 한국팀에서 김연경, 양효진 다음으로 득점을 올렸다.

물론 박정아의 범실도 많았지만 박정아의 공을 무시한채 실수만 꼬집어 마녀사냥하듯 돌을 던지는 것은 옳지 않다.

한국여자배구는 8강전에서 좌절했다. 이겼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이날 TV 중계방송을 봐서 알겠지만 네덜란드는 강했다. 그전 알고 있던, 상대했던, 전적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그런 네덜란드가 아니었다.

예선 4게임에서 네덜란드는 블락부문 4위로 세트당 평균 2.48개를 기록했다. 서브부문는 네덜란드(8위, 세트당 1.14개)를 기록했다. 한국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네덜란드는 블로킹과 서브에서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강하다는 것을 데이터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 팀을 상대로 선전했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모든 선수가 사투를 벌였다. 박정아 나름대로 범실에 마음 아파했을 것이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우리가 해준건 아무것도 없다. 어디 한번 국내에서 펼쳐지는 여자 배구를 본 적이 있는가. 응원을 한 적이 있는가. TV중계라도 본 적이 있는가. 구기종목이지만 여자 배구는 비인기종목이나 다름없다.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 세계랭키 9위를 기록한 것이라면 오히려 미안해하고 더 힘찬 응원과 격려를 해줘야 할 것 아닌가. 그러기는 커녕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검은 가면을 쓰고 맹목적인 비난과 마녀사냥식 여론 조장을 한다는 것은 치사한 일이다.

박정아 선수에게 퍼붓는 맹목적인 비난은 저주에 가깝다. 그 저주는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왜 알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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