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시중 은행들의 하반기 채용 계획이 발표됐지만 기대 이하 수준이라 취업준비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수익성 악화와 은행업 패러다임의 변화로 점점 은행원의 역할이 줄어드는 시대상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반면 저축은행들은 제1금융권보다 활발한 채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의 하반기 채용계획 윤곽이 드러났지만 모두 기대 이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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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 은행들의 하반기 채용 계획이 발표됐지만 기대 이하 수준이라 취업준비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
작년에 900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던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184명에 이어 하반기에는 200명 수준의 채용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의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밝힌 것. 우리은행 역시 한 달 안에 채용계획을 확정할 전망이지만 규모는 200명 수준으로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국민은행이 300명 수준의 하반기 채용계획을 발표했지만 역시 취준생들의 갈증을 달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특히 작년 약 10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진행한 점을 감안하면 '인력 축소' 방향성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기업은행과 KEB하나은행, 농협은행 등은 아직 채용계획을 확정짓지도 못했다. 세 은행의 관계자들은 각각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규모는 예년 대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나란히 전망했다.
시중 은행들이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는 모습은 은행업의 변화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도 채용규모 축소의 한 원인이겠지만 은행업 자체가 점점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방향인 것도 맞다"면서 "금리 변동과 관계없이 채용규모는 앞으로도 줄어들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은행권에서 '사람'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신 스마트브랜치 등 은행원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지점들이 확산되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은행 지점들은 물론 ATM마저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KEB하나‧농협은행 등 5대은행의 영업점포 숫자는 2012년 5352개에서 2013년 5308개, 2014년 5181개, 2015년 5096개까지 줄었다. 올 6월 말에도 5029개를 기록해 감소 추세가 이어졌다. 은행 바깥에서 입출금이 가능한 ATM의 경우에도 2013년 4만 7937대, 2014년 4만 7015대, 2015년 4만 5415대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서비스 채널 현황 자료를 보면 이미 ATM을 활용한 금융서비스는 인터넷뱅킹보다 활용도가 낮다"면서 "모바일을 포함한 인터넷뱅킹이 은행업의 개념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저축은행들은 활발한 채용계획을 밝히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등이 고졸 채용, 장교전역자 채용 등 다양한 전형으로 신입사원 모집에 나섰다.
지난 2014년 이전까지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던 저축은행들은 2014년 말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해 흑자폭을 점점 키워가고 있다. 임직원 숫자도 점점 증가해 올해 3월 기준 79개 저축은행들의 임직원 수는 8661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2년 6월 7334명에 비해 1000명 이상 늘어난 규모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호황이라기보다는 기존에 많이 위축됐던 업권이 상대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최근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대형 저축은행들의 경우에는 당분간 인력 규모가 늘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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