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임창규 기자] 오혜리(28·춘천시청)가 세 번째 도전 만에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혜리는 2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태권도 여자 67㎏급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 하비 니아레(프랑스)를 13-12로 힘겹게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태권도 경기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수확한 두 번째 금메달이자 전 종목을 통틀어서는 8번째 금메달이다.
한국은 태권도가 처음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여자 67㎏급에서 5회 연속 메달(금메달 4개, 동메달 1개)을 땄다.
오혜리는 28세 4개월의 나이로 한국 태권도 선수로는 역대 최고령 올림픽 메달리스트로도 이름을 올렸다.
종전까지 최고령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80㎏초과급에서 금메달을 딴 문대성으로, 당시 그의 나이는 27세 11개월이었다.
지난해 러시아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73㎏급 챔피언인 오혜리는 세 번째 도전 만에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황경선(고양시청)에게 밀렸고,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 최종선발전을 앞두고는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는 바람에 제 기량을 펼쳐 보일 수 없었다.
뒤늦게 처음 올림픽을 뛰게 된 오혜리는 첫 경기에서 멜리사 파뇨타(캐나다)를 9-3으로 가볍게 제치고 산뜻하게 출발했다.
고비였던 8강에서는 지난해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 67㎏급 우승자인 좡자자(대만)를 맞아 3라운드 6초를 남기고 21-9, 점수 차 승으로 제압하고 메달 기대감을 키웠다. 2라운드 종료 후부터 12점 차 이상이 나면 끝까지 경기를 치르지 않고 점수 차 승리가 선언된다.
오혜리는 8강전에서 공격 득점 19점 중 석 점짜리 머리 공격만 6차례나 성공하며 18점을 올렸다.
화끈한 경기를 주도한 오혜리는 약 45분 만에 코트에 다시 나서 파리다 아지조바(아제르바이잔)를 6-5로 힘겹게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은메달을 확보하고 마주한 결승 상대는 세계태권도연맹(WTF) 올림픽 랭킹 세계 1위인 니아레였다.
결승전답게 3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오혜리는 1라운드 종료 38초 전 니아레의 왼발에 머리를 맞아 0-3으로 끌려갔다. 주심이 득점이 무효라고 하자 니아레 측은 비디오 리플레이를 요청해 석 점을 인정받았다.
2라운드에서도 먼저 몸통 공격을 허용한 오혜리는 뒤차기로 3점을 따라붙은 뒤 47초 전부터 연달아 머리 공격에 성공하고 6점을 뽑아 9-4로 단박에 역전시켰다.
10-4로 앞선 채 시작한 마지막 3라운드에서는 니아레가 거세게 몰아붙여 11-10까지 추격당했다.
하지만 오혜리는 침착하게 몸통 공격과 상대 경고 누적 등으로 점수를 쌓아 한 점 차 역전승을 완성했다.
오혜리는 2014년 춘천시청 유니폼을 입은 뒤 지난해 12월 멕시코에서 열린 월드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마침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 전까지는 국제대회에서 뚜렷할 만한 성적이 없었고, 심지어 아시안게임에도 나가보지 못한 탓에 '국내용'이나 '2인자'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녔다.
오혜리는 경기 전 "올림픽을 앞두고 아버지 기일에 맞춰 강릉에 자리한 산소에 다녀왔다"며 "태권도를 처음 시작한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가 늘 저를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올림픽에선 다 잊고 시합에만 집중할 생각"이라고 시합에 임하는 각오를 표현했었다.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는 "누가 더 잘했다고 하는 것보다 메달 색깔도 정말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 모두가 다 금메달감"이라며 "우리가 조금 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동안 큰 대회에 약하다는 평가와 함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2인자 타이틀에 대해 오혜리는 "그건 제가 만든 게 아니고 기자님들이 만든거라 이제는 좀 바꿔줬으면 한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미디어펜=임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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