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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검찰 동시 수사는) 해외 토픽에 나올 나라 망신"이라고 주장한 데 필자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 일단 내막은 둘째 치고 외형상 대통령의 비서와 그 비서를 조사한 특별감찰관이 모두 비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라 망신" 사건이 된 원인에 대해서는 박 의원과 필자의 생각이 다르다.
이 사건이 이렇게 나라 망신급으로 커진 책임은 우 수석과 청와대가 아니라 언론, 박 의원과 같은 정치인들에게 있다. 처음 우 수석 처가와 넥슨 간 부동산 매매 의혹이 제기됐을 때 의심을 뒷받침할 만한 물증이나 유력한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언론(특히 조선일보)은 뒤로 물러났어야 했다. 그런데 별다른 혐의점이 안 보이니 다시 부실한 근거로 농지법 위반, 군복무 아들 꽃보직, 가족회사 관련 등등 별건의 의혹을 계속 들이밀었다. 강남땅과 마찬가지로 하나같이 "의심이 간다" 수준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언론은 의혹을 위한 의혹제기에 매달렸다. 조선일보를 믿고 받아쓰는 수많은 매체들에 의해 그 의혹들은 더욱 부풀려지고 확산됐다. 어떻게든 이 정권에 타격을 주려는 야당과 좌파언론도 빠지지 않았다. 우병우 의혹 제조기가 된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의 지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언론은 근 한 달이 넘도록 사설과 온갖 기사로 우 수석을 자르라고 청와대를 압박하고 닦달했다. 고장 난 레코드가 따로 없었다. 대통령 비서 한 명 내쫓겠다고 이런 식으로 언론이 지면과 열정을 낭비하는 일을 세계 어떤 선진 국가에서 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
언론이 공직자 한명에게 이렇게 짧은 시기에 집중적으로 집단 린치를 가하듯 공격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진짜 "해외 토픽에 나올 나라 망신"이란 바로 이런 것 아닌가. 이성을 상실하고 칼춤 추는 언론과 거기에 장단 맞추는 정치인들이 우병우 한명 뜯겠다고 좀비처럼 떼로 달려들고 있는 작금의 이 꼴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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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혹만으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흔들기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은 민생과 안보마저 뒷전으로 팽개친 채 정쟁거리로 삼고 있다. 그야말로 해외토픽감 나라망신이다. /연합뉴스 |
우물 안에서 우리끼리 눈먼 우병우 물어뜯기
우 수석 한명 잡자고 이 난리를 치는 동안 사드 배치와 같은 국가안보 민생문제는 관심에서 사라졌다. 언론과 정치권은 이런데 정력을 낭비할 게 아니라 예컨대, 전기요금 체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데 머리를 싸매고 기사 한 줄 더 쓰는 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일이 아닌가. 북한의 고위급 핵심 인사들 탈북행렬이 이어지고 미국 대선 유럽의 변화 등등 대한민국 앞날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변화가 한반도에 한꺼번에 몰아닥치고 있는데 우리 자신들은 우물 안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대통령 비서 한명 나가라 마라 문제로 우리끼리 치고받고 싸우며 날 세우는데 여념이 없다. 나라 망신보다 더 심각한 것은 바로 이런 현실이다. 박지원 의원이 정말로 국가와 국민 한반도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은 이런 것들이다. 안보는 나 몰라라 사드 배치는 반대하고, 우 수석 문제로 틈만 나면 청와대를 향해 깐죽거리듯 비판에 몰두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라는 얘기다.
의혹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민정수석 한명을 정치권과 언론이 이런 식으로 한 달 내내 물어뜯고 발목을 잡는다면 정부는 일을 할 수가 없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우 수석 한명 때문에 나라가 흔들려야 하냐고 반문하는데 필자는 오히려 되묻고 싶다.
우 수석이 사퇴하지 않으면 운영위 소집도 불사하고 다른 현안 문제가 있든 없든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는 식의 그런 태도야말로 나라를 흔드는 것 아닌가. 우 원내대표는 만일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우 수석과 똑같은 경우의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 것 같은가.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의혹이 있다고, 언론과 정치권이 흔든다고, 그게 피곤하고 힘들다고 공직자를 자리에서 쉽게 내쫓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대통령이 스스로 허수아비가 되는 길이다. 소통이라는 게 언론과 정치권의 부당한 요구까지 들어주고 따라야 하는 걸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진실규명과 거리가 멀었던 조선일보의 나라 망신
대통령 인사권이 언론의 의도적인 흔들기와 장난에 좌지우지 된다면 그건 있으나 마나한 콩가루 정부다. 그게 먹히기 시작한다면 다음부터는 대통령과 정부의 머리 꼭대기 위에서 상투를 쥐려 들것이다. 애초 이 사단의 시발점이 된 우 수석 처가 강남땅 매매 보도를 한 조선일보가 언론중재위원회에서 한 답변과 태도를 보면 그 점을 분명 알 수 있다.
미디어펜 보도에 의하면 우 수석이 조선일보를 제소한 사건 조정회의가 지난 22일 열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자리에 나온 조선일보 기자 하는 말이 "몇몇 사람들에게 확인해볼 결과 파악된 내용"이 보도했던 근거의 다라는 것이다. 게다가 우 수석 쪽에 아무런 사실 확인도 하지 않았고 정정보도도 거부했다고 한다. 우 수석 변호인은 "명백한 오보 내용을 조선일보처럼 영향력이 큰 매체의 1면에 게재하면서 최소한의 기본 언론윤리인 본인에 대한 사실 확인 과정조차 거치지 않았다"고 항의했단다.
우 수석 처가와 넥슨 사이 1천3백억대 부동산 거래에 진경준 전 검사장이 개입됐고 뭔가 특혜가 있었다는 중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조선일보는 취재의 기본도 무시하고 다짜고짜 1면에 실었다. 조선일보가 무슨 사이비 언론도 아닌데 몇 사람에게 주워들은 내용을 가지고 그런 식으로 기사를 쓴다는 것은 애초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이런 경우 진실 규명이 목적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받은 정보로 우 수석에게 타격을 주려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추론일 것이다. 반론권을 보장하려는 시도도 없었고 분명한 증거도 대지 못하면서 정정보도도 거부했다.
대한민국 1등 신문사라는 언론이 이런 식의 음모성 기사를 1면 톱기사로 싣고 무책임하게 선동한 것도 박지원 의원이 말하는 '해외 토픽에 나올 나라 망신'에 해당되지 않을까. 이쯤 됐으면 언론과 정치권이 나라 망신 그만 시켜야 한다. 이렇게까지 알려줘도 한 달 간의 광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망신 정도가 아니라 절망이고 국가적 위기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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