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장병화 부총재 출국 예정…재닛 옐런 연설 내용 '촉각'
[미디어펜=이원우 기자]미국 와이오밍에서 25일부터 개최되는 잭슨홀 미팅이 제로금리 시대에 종언을 고하고 '금리 인상'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될 것인지 주목된다. 미 연준 재닛 옐런 의장의 발언 내용에 많은 시선이 쏠린 가운데 한국은행에서는 장병화 부총재가 미팅에 참석한다. 이달 말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앞두고 굳이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오는 25일부터 3일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는 '잭슨홀 미팅'이 열린다. 미국 캔사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하는 이 미팅에는 미국 연준(Fed) 인사들을 위시해 세계 금융계, 학계 주요 인사들이 운집해 금융계 전반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나눈다. 

   
▲ 25일부터 미국 와이오밍에서 개최되는 잭슨홀 미팅에 한은 이주열 총재(사진)는 불참 의사를 밝혔다.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앞두고 굳이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2010년 버냉키 미 연준 전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처음으로 2차 양적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이래 최근으로 올수록 잭슨홀에서 논의된 내용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 '중앙은행판 다보스 포럼'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폴트 라인'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 총재가 2005년 행사에서 '세계적 금융위기' 가능성을 예견한 것도 잭슨홀 미팅에서였다.

특히 올해의 경우 미 연준이 조만간 '금리인상'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바 있어 잭슨홀 미팅에 더 많은 시선이 꽂히고 있다. 그간 미국 고용지표가 실망스러운 움직임을 보여 금리인상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지만, 최근 지표가 연속적으로 개선돼 금리인상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 소재용 연구위원은 "최근 금융시장은 지난 4월 FOMC 의사록 발표 이후 금리인상 경계감에 등락을 반복했던 모습을 연상시킨다"며 "금주말 잭슨홀 컨퍼런스 전후로 시장은 당분간 옐런 의장의 발언을 기다리며 혼조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 소 연구위원은 "고용지표와는 달리 좀처럼 상승하지 않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답이 나오기 전까지는 금리인상에 인내심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잭슨홀 미팅은 기본적으로 학술회의 성격이 강한 만큼 옐런 의장이 직접적으로 금리인상 발언을 할 가능성은 낮지만 그녀의 '뉘앙스'만으로도 시장이 요동치기에는 충분하다는 의미다.

한편 미국 증시는 S&P500, 나스닥, 다우지수가 전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금융센터 안남기 연구위원은 "6월 이후 세계적으로 위험선호 성향이 커지면서 미국 증시 여건이 개선됐다"면서 "금리인상이 단행될 경우 주가가 조정압력을 받는 등 글로벌 증시가 불안에 빠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바꿔 말하면 증시가 양호한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굳이 옐런 의장이 금리인상을 시사해 시장에 혼조세를 가중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한편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올해 잭슨홀 미팅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이 총재는 지난 2008년 통화정책담당 부총재보 시절 잭슨홀 미팅에 참석했을 뿐 2014년 총재 취임 이후 한 번도 잭슨홀 미팅에 가지 않았다. 2014년과 작년에는 각각 서영경 전 부총재보와 윤면식 부총재보가 다녀왔으며 올해는 장병화 부총재가 와이오밍으로 떠난다.

이주열 총재의 불참 사유로는 여러 가지가 지목된다. '각계 주요 인사들의 친목 중심의 행사인 만큼 총재가 참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는 본인의 회고가 있었던 만큼 다른 임원들에게 기회를 주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이 총재는 2개월마다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국제결제은행(BIS) 회의에는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내달 11일부터 2일간 바젤 회의가 예정된 만큼 이 총재로서는 굳이 잭슨홀 미팅에까지 참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로부터의 비난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전임 김중수 전 총재는 잭슨홀 미팅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지만 대신 국회로부터 잦은 출장으로 '외유' 지적을 받은바 있다. 이달 말에도 임시국회에서 이른바 '서별관회의 청문회'가 예정돼 있어 이 총재로서는 실익이 크지 않은 잭슨홀 미팅에 굳이 참석할 이유는 더욱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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