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측 제시안 수용불가'…임종룡 "현대상선과 합병 어렵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한진해운이 결국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됐다.

한진해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은 30일 채권단을 대표해 '한진그룹 제시안 수용불가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 한진해운이 결국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됐다. /한진해운


산은 측이 발표한 경과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지난 5월 4일 조건부 자율협약 신청과 동시에 용선료 조정, 선박금융 상환유예 등 정상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론적으로 협상에는 큰 진전이 없었다.

특히 채권단은 한진 측에 '유동성 문제는 자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부족자금 해결방안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한진 측은 '일부만 자체 조달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산은의 경우 국책은행으로서 혈세를 취급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개별기업의 유동성 문제를 혈세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천명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결국 채권단은 지난 22일 부족자금에 대한 한진그룹 측의 최종 입장을 요청했고, 한진 측은 25일과 29일 자사 입장을 채권단에 전달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한진그룹 측의 최종 입장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림으로써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행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채권단은 이번 결정에 대해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원양 해운산업이 국가 서비스 수지 개선에 기여하는 산업이라는 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도 "대내외적으로 견지해 온 구조조정의 원칙, 회사 정상화에 대한 한진 측 의지, 정상화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한진 측 제시안에 대해 수용 불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29일 제시된 한진 측의 최종안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4000억원의 신규자금 지원, 기타 계열사와 조양호 회장이 1000억원 한도 내에서 내년 7월 중 지원, 한진해운 자산을 활용한 자구안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최종안에 대해 "제시안이 미흡하고 경영정상화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30일 긴급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한진해운 제시안 '수용불가' 입장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산업은행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이날 오후 산은 본점 대회의실에서 긴급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이 회장은 "계획된 채무재조정이 모두 성사되더라도 부족자금 규모는 1조~1조 3000억 원 수준이지만 한진 측은 부족자금의 30~50% 수준에 대한 자체 조달하겠다고 밝혀 부족자금 해소에 턱없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6500억원 규모의 상거래 연체를 감안할 때 약 6000억원이 즉시 투입될 필요가 있지만, 한진 측은 금년 중 2000억원만 지원한다는 입장이라 채권단이 나머지를 먼저 투입해야 하는 상황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한진해운이 추가적인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채권단이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만약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을 감행할 경우 자체적으로 경영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한 현대상선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이는 국책기관으로서 산은이 그간 밝혀온 구조조정의 원칙을 스스로 위배하는 것이라 실행할 수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동걸 회장은 간담회 마무리 발언에서 "2월 부임 이후 지금까지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구조조정이라는 작업이 칭찬을 듣기 어렵고 국가경제의 한 흐름을 가져가기 위한 악역을 자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한진해운 가족이나 관계자 분들의 고통이 수반되는 문제이기에 그 분들에게 죄송스러운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향후 채권단은 '제안 수용불가' 입장과 함께 내달 4일 채권단 자율협약이 종료된다는 사실을 통보할 예정이다. 산은 관계자는 "한진해운 정상화가 무산될 경우 금융위‧금감원 등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조 하에 중소협력업체 신용위험평가와 맞춤형 금융지원을 실시하는 등 피해 최소화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율협약마저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한진해운의 정상화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대한민국 국적 해운사가 1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돼 '해상 물류대란'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한진해운-현대상선의 합병만이 방법이라는 대안도 나오지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도 "현대상선-한진해운 합병은 현재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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