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내실(內實) 중심으로 테마를 맞춘 1년이었습니다. 보여주기식 기념행사를 생략하는 것도 같은 취지고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결합으로 탄생한 '메가뱅크' KEB하나은행(은행장 함영주)이 이틀 뒤 출범 1년을 맞는다. 뉴스테이‧항공기금융 사업에 진출하고 전산통합, 인사실험 등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점이 높은 평가를 얻었다.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성과연봉제 정착에도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구 하나‧외환은행의 기업문화가 다소 상이한 점은 추가적인 과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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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명 규모로 단행된 올해 하반기 인사에서 KEB하나은행은 '금융소비자 관점'으로 성과를 매기는 인사 패러다임을 제시해 큰 화제가 됐다. 함영주 행장(사진) 또한 고졸 말단 행원에서 행장으로까지 등극한 신화적 인물이다. /KEB하나은행 |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틀 뒤인 내달 1일 KEB하나은행이 출범 1주년을 맞는다. PB분야에 강점을 가진 구 하나은행과 외환취급 분야에서 독보적 존재였던 외환은행의 결합으로 탄생한 KEB하나은행의 출범은 작년 한 해 업계 최고의 화제였다.
1년간 '함영주 체제 KEB하나호(號)'는 많은 성과를 거뒀다. 숫자로 측정할 수 있는 성과만 해도 상반기 순이익 7990억 원(7.6% 증가), 자기자본이익률(ROE) 7.41%(통합 직전 가중평균 대비 0.11%p 증가), 부실채권 비중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 1.17%(1년새 0.16%p 하락) 등이다.
통합으로 인해 유휴지점이 생긴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도 기발했다. 뉴스테이 사업과 연계를 진행한 것.
지난 3월 국토교통부와 하나금융은 하나금융이 보유중인 유휴지점을 부동산투자회사 리츠(REITs)에 매각하고, 리츠가 이를 주거용 오피스텔로 재건축해 내년까지 6000호 규모의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내용의 뉴스테이 추진 MOU를 체결했다. 이 사업은 향후 1만호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지난 4월에는 국내 시중은행 최초로 항공기 임대시장 세계 1위 업체인 에어캡과의 항공기금융 단독 주선에도 성공했다. KEB하나은행이 4000만 달러, 기업은행이 2000만 달러, 국내 대형 증권사와 생명보험사가 각각 2000만 달러씩 참여한 신디케이션으로 에어캡은 '보잉787-9' 신형 여객기를 구입한다. 아직 큰 규모는 아니지만 시중은행으로서는 영업 측면의 혁신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문화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장면들을 만들었다. '고객'이라는 딱딱한 명칭 대신 '손님'이라는 단어를 쓰기로 한 것은 업계에 신선한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와 같은 기업문화는 인사 정책으로까지 이어졌다. 1000명 규모로 단행된 올해 하반기 인사에서 KEB하나은행은 '금융소비자 관점'으로 성과를 매기는 인사 패러다임을 제시해 큰 화제가 됐다.
영업실적보다는 '손님'에게 많은 수익을 가져다준 행원급 직원을 책임자로 특별승진 시켜 눈길을 끌기도 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장중시‧영업제일주의‧성과주의 문화정착이라는 경영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요약했다. 함영주 행장 또한 고졸 말단 행원에서 행장으로까지 등극한 신화적 인물이다. 주계열사인 KEB하나은행의 선전으로 하나금융그룹은 4년 만에 최고 실적을 내는 등 업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한편 KEB하나의 하반기 인사는 은행업계 최고의 화두인 성과연봉제와도 관련이 있다. 직급에 관계없이 성과에 따른 승진조치를 단행한 만큼 향후 성과연봉제 도입에 있어서도 선진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것이라는 '사인'을 던진 셈이다. 물론 이 점에 대해서는 노조와의 교섭도 중요한 기점이다. 아직까지 외환-하나 노조는 통합되지 않고 따로 운영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기업문화가 다소 다른 부분이 있어 교차발령 등 여러 방법을 사용하며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물리적 결합은 이미 완료됐지만 화학적 결합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1년간 외부적‧대외적 변화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둬온 만큼 이제부터는 '화학적 결합' 여부가 통합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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