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보통사람보다 콜레라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O형 혈액형인 사람의 비밀이 SM농도 때문이란 이유가 밝혀지며 SM농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30일 과학전문매체 유레크얼러트에 따르면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의대 제임스 플렉켄슈타인 교수 연구팀은 콜레라 독성이 O형인 사람의 장 세포 속 핵심 신호전달 분자(signaling molecule:SM)를 과도하게 활성화 시키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장 세포 속 SM농도가 높으면 장에서 전해질과 물이 왕성하게 분비돼 설사가 나는 것이다. 콜레라의 특징은 심한 설사인데 이로 인해 탈수가 일어나고 쇼크가 올 수 있으며 심하면 사망할 수 있다. 

혈액형이 O형인 사람이 콜레라에 더 잘 걸리고 증상도 심하다는 사실은 이미 40년 전부터 학술적으로 밝혀져 있다. 

이는 혈액형별 발생률을 조사한 이른바 역학적인 조사 결과일 뿐 정확한 생물학적 이유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다. 

플렉켄슈타인 교수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 대학 바이오뱅크에 보관된 사람 내장 표피 줄기세포들에 콜레라 독성을 감염시키고 실험실에서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O형 항원을 가진 세포에서 일어난 핵심 신호전달 분자의 활성화 수준이 A형 세포에서보다 약 2배 높았다. 

기존 역학적 연구들에선 콜레라에 O형이 가장 쉽게 걸리고 AB형은 가장 저항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선 실험 당시 확보한 줄기세포 부족으로 AB형이나 B형에서의 변화는 실험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O형이 콜레라에 취약한 병리학적 이유를 밝혀낸 점 외에도 내장 표피 줄기세포가 앞으로 내장 감염 질환 연구에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

콜레라가 창궐하는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갠지스 강 삼각주 유역 주민의 경우 다른 지역들에 비해 O형 혈액형이 유난히 적다. 

세계적으로 O형이 평균 45%인 반면 인도인은 37%, 방글라데시인은 33%에 불과한데 과학자들은 감염의 결과 또는 위험을 피하는 인체 진화의 결과로 추정하고 있다. 

ABO식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 세포의 항원에 따라 결정되는데, 일종의 '당분사슬' 같은 이 항원은 내장 세포를 비롯한 체내 여러 세포들의 표면 조직에도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이를 표지로 삼아 공격하고 감염시킨다. 또 이런 병원성 미생물에도 일종의 '혈액형'이 있고 자신과 유사한 혈액형을 가진 생물체에 더 잘 침입할 수 있으며, 침입한 숙주생물에 적응하며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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