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성과연봉제를 둘러싸고 금융노사가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노조 측이 '9‧23 총파업'을 화두로 결집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사측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해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결국 양측 모두가 출혈적 공방을 펼쳐 금융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승자 없는 게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이하 사용자협의회)의 사실상 해체가 결정됐다. 지난달 26일 5차 대표자회의 결정에 따라 회원사 27곳의 탈퇴를 결정한 이래 신협중앙회, 한국금융안전 등 잔여 5개 회원사 역시 탈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로써 2010년 4월 출범한 사용자협의회는 6년 만에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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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과연봉제를 둘러싸고 금융노사가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노조 측이 '9‧23 총파업'을 화두로 결집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사측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해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금융노조 |
사용자협의회의 해체는 최근 은행권에서 최고의 화두가 되고 있는 성과연봉제 도입과 맞물리며 진행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산별교섭 대상자인 금융노조보다는 개별은행 노조위원장과의 면담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사용자협의회의 급속한 해체에 대해 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노조 전체 지부는 지난달 30일 '총파업투쟁위원회' 첫 회의를 개최해 "민간은행을 포함해 전 지부의 대표자들은 지부별 개별교섭이나 합의를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서약서에 서명했다.
총파업투쟁위는 금융노조 본조 집행부와 각 지부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회의체로 9‧23 총파업투쟁을 총괄 지휘하는 지도부 격의 위원회다.
위원회 한 관계자는 사용자협의회 해체 문제에 대해 "(노조 측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진행됐다"면서 "참 예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강하게 성토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산업보다 안정적이었던 노사관계의 신뢰가 무너졌다"면서 "9‧23 총파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 역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성과연봉제 저지에 금융산업과 노동운동의 미래가 걸렸다"고 발언하며 총파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하영구 사용자협의회 회장에게 산별중앙교섭 재개를 요구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내달 23일로 예정된 총파업에 대해 금융노조는 이미 네 차례에 걸쳐 결의대회를 개최하면서 투쟁력을 결집시키고 있다.
사용자협의회가 '전원 탈퇴'라는 강수를 둔만큼 금융노조의 총파업 역시 상당히 거센 강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노조에 가입된 한 은행권 관계자는 "노사 문제에 큰 관심이 없던 행원들도 성과연봉제의 급작스런 도입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면서 "사용자협의회 해체는 이러한 행원들까지 사측에 비판적으로 만드는 악수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노사의 갈등은 모두를 위해 해로운 결과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노조 한 관계자는 "어떤 투쟁이건 100을 다 얻고 끝나는 싸움은 없다"면서 "이기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양측이 상호 호혜적인 결과를 낼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당사자들도 실감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결국 노사 측이 각자의 의견을 고수하며 격렬하게 부딪친 뒤 중간 지점에서 타협을 보는 결말이 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셈이다.
'승자 없는 게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들만 무고한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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