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직원 상당수가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결정한 서별관회의의 당사자들이 참석한 청문회 개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기업 지원은 정부가 주도하면서 책임은 국책은행이 지는 현 시스템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1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국회 정무위, 서울 강북을)이 입수한 ‘산업은행 전직원 의견 수렴 조사’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별관회의 당사자들에 대한 국정조사나 청문회 개최 요구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에 “국정감사나 청문회 개최에 공감하지만 서별관 회의 당사자들은 빠질 것 같아 우려된다”는 응답이 42.3%, “국정감사나 청문회 개최가 필요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산은법 개정도 다뤄져야만 한다”는 응답은 36.8%였다.
80% 가까이 청문회 개최에 공감하면서 정부 책임자들이 빠져 나가는 것을 우려하거나 산은의 자율성 보장을 주장한 것이다. 청문회 개최에 부정적인 의견은 13.9%였다.
또 부실기업에 대한 손실지원과 실패의 책임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묻는 질무네 대해서는 “정부 입김을 배제해 구조조정을 실시하되, 국책은행에 독립적 권한을 부여하고 구조조정에 실패할 경우 책임을 지우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7.2% , “중장기적으로 정권과 정치권에 휘둘리는 구조조정 역할 자체를 축소하고 그 재원을 미래성장 동력 발굴에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25.1%였다.
대우조선해양과 같이 부실기업 손실지원은 정부가 주도하고 실패의 책임은 국책은행이 지는 현재의 구조에 부정적 의견이 나온 것이다. 국책은행의 역할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응답은 2.9%밖에 나오지 않았다.
또한 은행에서 진행하고 있는 혁신위원회, 지난 6.8일 정부가 발표한 산업은행 자체 구조조정안, KDB혁신 추진방안 발표, 정부가 주장하는 산업은행 자본확충 등 현 금융권 사안에 대해 모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 직원들은 산업은행 자체 구조조정안에 대해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요구한 자구계획안이자 정부의 부실책임 면피용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66.1%)”, 혁신위원회에 대해 “부실책임관련 국책은행을 방패막이로 한 정부의 책임전가 수단이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우회적 시도(48.9%)”, KDB혁신 추진방안 발표에 대해 “인사제도의 진정한 혁신을 원한다면, 부실을 초래한 인사운영 폐단에 대한 전면 검토가 시급(57.5%)”하다고 응답했다.
산업은행 자본확충에 대해서도 “자본 확충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 산업은행 자구계획이 포함된 자본확충은 합당하지 않다”며 현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박용진 의원은 “부실기업 지원 결정의 책임은 서별관회의, 이를 실행한 책임은 산은 이사회에 있다”며 “청문회에서 서별관회의 관련자는 물론 이 결정을 추인한 산은 이사진에 대해서도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 필요하다면 퇴진까지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문조사는 산업은행 노조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임원진을 제외한 214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앞서 박 의원은 산업은행이 외국환평형기금 외화대출 제도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에 5억3000만 달러 상당을 특혜지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외평기금 외화대출은 설비투자를 위한 시설재 수입, 해외 건설·플랜트 사업, 수입재구매자금(운전자금)에 대해서만 대출하게 돼 있다. 대출자들은 시중금리보다 저렴하게 대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이 대출제도를 이용해 대우조선해양에 대출해주면서 '목적 외 사용'을 사실상 용인했다고 박 의원은 주장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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