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한반도 사드배치 결정 이후 첫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이견만 재확인했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사드배치에 대한 반대를 표명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항저우를 방문한 박 대통령이 이날 서호 국빈관에서 시 주석과 한중정상회담을 진행한 직후 청와대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이 현지 브리핑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한중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사드) 이슈를 적절하게 다루지 않으면 지역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분쟁을 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국과 중국이 사드배치 결정을 두고 ‘평행선’을 달려오던 중 두 정상이 만난 만큼 시 주석의 사드 반대 표명이 어느 수위일지, 또 박 대통령은 사드배치의 필요성을 어떻게 피력할지 관심이 쏠려왔다.
시 주석은 “사드 문제를 적절하게 다루지 않으면 지역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사드배치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이 제거되면 자연스럽게 사드 배치의 필요성도 없어질 것”이라는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제시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중한 관계가 올바른 궤도에서 안정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추진하며, 지역 세계의 평화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
 |
|
| ▲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오전(현지시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
시 주석이 말한 ‘올바른 궤도’나 ‘평화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 모두 사드배치 결정을 철회하라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또한 시 주석이 “지금 국제정세가 아주 심각하고 복잡한 상황”이라고 말한 것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의 강대강 대치를 염두에 둔 말로 읽힌다.
시 주석이 뒤에 언급한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불안정 요소 증가”보다 ‘복잡한 국제정세’ 즉, 남중국해 문제 해결이 우선시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는 앞서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진행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드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북핵 불용’ 입장을 재확인해 사실상 주한미군 사드배치를 수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과 대비되는 것으로 결국 중국은 사드 문제를 미국과 해결할 과제로 여기고 있는 현실을 방증한다.
마침 다음날인 6일부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가 사흘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법과 역내 경제통합 가속 방안 등이 논의된다.
지난 7월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이후 처음으로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으로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유권 주장을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며 중국에 PCA 판결 수용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은 지난 3일 중국 항저우에서 G20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도 PCA 판결 이행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박 대통령도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과 SLBM 발사 이후 우리 국민의 북한 위협에 대한 우려는 전례가 없는 수준까지 올랐다”며 “직접적인 피해자는 우리 국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위협의 정도는 중국의 느끼는 것과 차이가 있다”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사드배치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한중 상호이해를 높이기 위한 소통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국 간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전략적 소통과 함께 다자회의 계기에 소통을 지속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해 향후 사드 문제와 관련해 한미중 간 소통을 이어가면서 건설적이고 포괄적으로 논의해 나가기를 촉구했다.
사드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한중 정상은 북핵 문제에 대한 우려를 공감하고, 우호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언급해 주목된다.
양국 정상은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도발을 지속하는 현 상황에 대해 함께 우려를 나타냈고, △양국 간 다양한 전략적 소통 체계의 심화 발전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활용 △산업협력단지 투자협력 기금 조성 △제3국 공동진출 △인문 유대 강화 및 인적교류 증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양국 간 실질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또 한중 두 정상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반동안 이룩한 높은 수준의 관계 발전을 평가하고, 내년 양국 수교가 25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한차원 높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시 주석은 “우리가 지금 가진 정치적 협력 기초를 소중히 여기며, 어려움과 도전을 극복하고 중한관계가 올바른 궤도에서 안정되고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구동존이’(求同存異)를 넘어 ‘구동화이’(求同和易)를 지향해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동화이는 차이점에 대해서도 화합하며 같은 점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