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최근 유사투자자문사를 차려 불법으로 주식을 매매하고 고수익과 원금 보장을 미끼로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는 ‘청담동 주식부자’ 이모씨가 증권가와 법조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씨는 투자자들에게 허위 주식정보를 퍼뜨리고 헐값의 장외 주식을 비싸게 팔아 150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다수의 피해자와 국민들이 이씨에 대해 강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사태에서도 투자자의 돈을 가로채는 ‘청담동 주식부자’보다 더한 행태를 보이는 쪽이 등장했다. 바로 ‘대주주 책임론’을 울겨먹고 있는 정부와 금융당국이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파로 물류대란 움직임이 나타나자 지난 5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건 이번 사태가 한진해운의 문제라는 점”이라며 “한진그룹과 대주주들이 사회적 책임을 지고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임 위원장은 “안전하게 화물을 운송할 책임은 당연히 한진해운에 있고 여전히 한진해운은 한진그룹의 계열사”라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회사와 해운산업 재활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조양호 회장을 압박했다.
뿐만 아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역시 지난 5일(현지시간)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수행차 중국 항저우를 방문한 중에서도 기자들에게 “기본적으로 선적된 화물을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책임은 화주와 계약을 맺은 한진해운에 있다”며 “한진해운과 대주주가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조 회장에 대한 사재출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조 회장과 한진그룹은 결국 1000억원을 추가로 내놓겠다며 두 손을 들었다. 여기에는 조 회장의 사재도 400억원이나 포함됐다.
이를 지켜보는 기자 입장에서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주주는 자신이 출자한 주식의 한도 내에서만 책임진다는 유한책임(limited liability) 주식회사 제도 원칙이 깨졌을 뿐 아니라 법정관리에 들어가 이미 경영권을 상실한 대주주에 추가로 자금 지원을 요구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조 회장과 한진그룹은 2014년 적자 상태로 한진해운을 넘겨받은 한진그룹은 2년간 계열사를 통해 이미 1조2467억원을 한진해운에 쏟아 부었다. 지난 4월에는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한진해운의 경영권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미 대주주로서 할 만큼 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금융당국은 사태가 커지자 대주주인 한진그룹과 조 회장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한 것이다. 그렇다고 한진그룹의 형편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한진그룹 계열사의 3년 평균(2013∼2015년) 부채비율은 449.5%로 나타났고 대표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올 6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1108.7%에 달한다.
금융당국과 정부의 조 회장과 한진그룹에 대한 압박은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며 자본주의 경제체제 원칙을 무시한 행동이다. 이런 이유에서 단순히 투자자들을 현혹해 수익을 챙긴 ‘청담동 주식부자’보다도 더 질이 좋지 않다.
물론, 경영을 책임졌던 대주주에 도의적 책임과 비난이 따르는 것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졌다고 대주주에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면 어떤 기업가가 과감한 투자로 사업을 일으키려고 하겠는가.
금융당국과 정부, 정치권은 이제 더 이상 할만큼 한 한진그룹에 대한 책임론을 그만 외치는 대신 해운산업을 죽게 만든 자신의 무능을 뒤돌아봐야 한다.
“조선업에 비해 종사자가 적어 투표 영향력이 없다보니 사실상 정부,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방치했다”는 한 해운업계 종사자의 말을 곱씹어보기 바란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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